[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대만 훙하이가 일본 샤프 인수를 추진하면서 삼성전자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세계 최대 규모의 10세대 LCD 패널 공장을 보유한 샤프를 훙하이가 인수할 경우 TV시장의 주도권이 중화권으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샤프로부터 패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다면 주도권 싸움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는 판단이다.
23일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최고경영진의 지시로 사카이디스플레이(SDP)의 지분 인수를 면밀하게 검토한 바 있지만 무리하게 인수전에 뛰어들 만한 실익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앞서 일본 신문들은 삼성전자가 샤프의 10세대 LCD 생산공장인 SDP를 대만 기업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SDP를 인수하기보다는 SDP를 통해 안정적으로 60인치대 대형 패널을 공급 받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지금도 삼성은 SDP에서 65인치 이상 초대형 TV용 패널을 공급받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보유한 LCD 생산라인 중 가장 큰 것은 8세대로 55인치에 최적화돼 있다.
8세대에서 65인치 패널을 생산할 경우 원판 1장당 3장만 생산할 수 있다. 10세대의 경우 원판 1장당 65인치 패널 6장을 생산할 수 있다. 때문에 8세대와 10세대간 패널 원가 차이는 최대 2배에 달한다.
문제는 65인치 이상의 대형 TV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는 것이다. 현재 TV 시장은 40~55인치가 주력이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SDP를 인수하기보다는 패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지분 인수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삼성이 10세대 LCD 생산라인에 투자할 경우 5조~6조원의 비용이 필요한 반면 SDP의 지분에는 1조원 정도가 소요된다.
게다가 궈타이밍 훙하이 회장이 공개적으로 삼성을 비난하는 등 반 삼성을 기치로 내걸고 있어서 훙하이가 샤프를 인수할 경우 삼성은 패널 공급에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SDP의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패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