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100만원 벌면 41만원은 빚 갚는데 쓴다' 지난해말 한국은행은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상환지출 비율이 41.1%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번 돈의 절반 가량이 빚 갚는데 들어가는 셈이다. 문제는 가계의 부채부담이 내수경기에 경보음을 울릴 정도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부채에 허덕여 씀씀이를 줄이는 가구가 늘면, 국내소비가 줄고, 이것이 다시 기업의 투자감소와 소득 감소로 이어져 성장이 둔화되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4일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상환지출 비율은 41.1%로 통계작성 이후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4년전인 2011년 1분기만 하더라도 처분가능소득대비 부채상환지출 비율은 35.6%에 머물렀다. 1년여만에 5.8%포인트가 늘어난 것이다.
이는 소득과 자산은 좀체 늘지 않는 상황에서 전세난에 지친 사람들이 생활비와 내 집 마련을 위해 빚을 끌어다 쓰고 있기 때문이다.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 소장은 "번돈의 대부분이 전세나 월세 같은 주거비로 들어가다보니 국내수요를 살아나게 할 소비로 갈 여력이 없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철환 단국대 교수는 "저금리에 예대마진이 축소를 만회하기 위해 금융기관들이 부동산 담보대출을 적극 장려하면서 가계부채가 큰 폭으로 늘게됐고 이것이 소비에까지 안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다른나라에 비해서도 높은 편에 속한다. 2014년 말 현재 164.2%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32.5%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미국(113.4%), 독일(93.6%), 영국(155.7%), 프랑스(104.7%) 등 선진국과 견줘서도 크게 높은 수준이다. 늘어나는 속도도 빠르다. 금융위기 이후 한국의 가처분소득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9.9%포인트나 증가했다. 같은기간 OECD 23개국은 평균 1.6%포인트 늘어나는데 그쳤다. 영국(-22.5%포인트), 미국(-21.9%포인트), 독일(-5.8%포인트) 등 주요선진국들의 감소폭과도 차이가 크다. 빚이 증가하는 속도도 소득이 증가하는 속도를 크게 앞지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가계부채 증가율은 10.4%에 달하지만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은 4.3%에 불과하다.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의 두배 이상으로 빚이 급속히 늘고 있는 것이다.
정 소장은 "어떤 수준의 가계부채 정도가 내수경기를 위협하는 요인이라는 정의는 없지만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증가속도, 소득대비 비율등을 보면 해외 여러나라보다 훨씬 상황이 나쁜 것을 알 수 있다"면서 "특히 우리나라 가계빚이 원리금은 나중에 갚는 거치식 상환구조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빚 부담은 통계숫자 이상으로 악화된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가계부채 확대가 지속되면 내수 위축도 문제지만 한국경제 전반의 시스템 위기를 신규 부채 증가속도를 조절해가면서 대응책을 도모해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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