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 혜문 대표 반환요청…日 기업가 야마모토, 대대적 사냥 후 도지샤大에 표본 기증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일본에 잡혀간 조선호랑이가 돌아올 수 있을까. 문화재 환수운동을 하는 시민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의 혜문(본명 김영준ㆍ42) 대표가 일본에 조선호랑이 표본을 기증해 달라고 요청했다.
혜문 대표는 22일 오전 일본 교토 도지샤(同志社) 중학교에서 일본인에 의해 표본으로 만들어진 조선호랑이 두 마리를 열람했다. 그는 이날 학교법인 도지샤의 이사장에게 이 표본들을 우리나라에 기증 형식으로 반환해달라는 진정서를 전달했다.
혜문 대표가 기증을 요청한 호랑이 표본은 지난 1917년 일본인 기업가 야마모토 다다사부로(山本唯三郞)가 자신의 모교인 도지샤 대학과 왕세자 히로히토(裕仁)에게 기증한 것들이다. 야마모토는 당시 자신의 이름을 딴 정호군(征虎軍)을 만들어, 한반도에서 대대적인 호랑이 사냥을 벌였던 이다.
조선호랑이 사냥은 야마모토가 작사한 호랑이 사냥노래인 '정호가'에서 그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가토 기요마사의 일이여/지금은 야마모토 정호군…/일본 남아의 담력을 보여 주자/루스벨트 그 무엇이랴/호랑이여 오라…/올해는 조선 호랑이를 모두 사냥하고/내년에는 러시아의 곰을 사냥하세' (정호군가(征虎軍歌) 중 일부) 이 노래는 호랑이 사냥을 통해 일본 사나이의 기개를 보이고 식민지 조선을 발판으로 미국과 맞서며 러시아까지 침략하겠다는 제국주의의 야욕을 과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야마모토의 조선호랑이 사냥은 지난해 12월 16일 개봉한 영화 '대호'의 모티브가 됐다. 혜문 대표는 "영화 대호의 모티브가 된 호랑이가 아직도 실제 한다니 놀랍다. 일본이 조선 혼을 말살시키기 위해 호랑이 사냥에 나섰던 사실이 새롭게 조명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나아가 한일 우호를 위해 곧 개관할 백두대간 수목원 같은 기관에 기증해주기를 바란다. 일본 왕세자에게 기증된 호랑이 표본의 행방도 현재 조사 중"이라고 했다.
혜문 대표가 이 일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0년 조선호랑이 말살과 관련된 사료인 야마모토의 저작 '정호기(征虎記)'를 일본에서 본 뒤부터이다. 내년은 일본의 조선호랑이 사냥으로 한반도에 호랑이가 사라진 지 100년이 되는 해다. 혜문 대표는 이번에 열람한 조선호랑이 표본 두 마리를 내년까지 반환받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오는 5월 도지샤 대학에서 이 표본들을 전시해 재일동포와 한국인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개방해달라고 요청했다.
혜문 대표에 따르면 도지샤 측에서도 조선호랑이 표본을 돌려주는데 대해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도지샤의 한 관계자는 "한국 사람들이 호랑이를 산신령과 같이 신성하게 생각하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일본인들로 인해 한국에 호랑이가 멸종된 데 죄송함을 느낀다"며 "반환요청서는 학교법인 도지샤 이사장에게 잘 전달하겠다. 5년 전 조선왕실의궤가 한국으로 되돌아간 것처럼 좋은 결과를 맺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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