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홍유라 기자] 총선을 앞두고 외부 인사 영입에 골몰하는 야권의 정체성이 흔들린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 각각 합류한 이들의 성향이 기존 당 정체성과 상당히 결이 다른 까닭이다.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가 깜짝 영입한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대표. 그는 최근 북한 궤멸론과 햇볕정책 보완론,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제정책 비판 등을 잇달아 언급했다.
김 대표는 지난 17일 '청년과 더불어 경제 아카데미' 강연에서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 역시 재벌 위주의 성장과 양극화를 심화했다고 비판했다. 경기 파주 육군 6사단을 찾아선 "우리 경제가 더 발전하면 언젠가 북한 체제가 궤멸하고 통일의 날이 올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엔 "단순히 찬반론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라거나 "햇볕정책이 지금도 타당한지 진단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갑작스레 등장한 당 대표가 기존 더민주의 가치관과 다른 생각을 지속적으로 언급하면서 당내에선 당혹스러워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에 문 전 대표는 지난 19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일부 야당 인사들까지 햇볕정책 재검토 등 부화뇌동하는 것은 참으로 딱한 노릇"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문 전 대표 측은 김 위원장이 아니라 이상돈 국민의당 공동선대위원장이 최근 "햇볕정책은 실패했다"고 평가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당 정체성의 혼선을 겪는 모습은 국민의당도 마찬가지다. 지난 18일 진보색이 뚜렷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합류하면서 중도개혁 정당을 표방해온 국민의당의 색깔이 다소 혼란을 겪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처음 창당하면서 말씀드렸던 부분이 합리적인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함께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당 내에선 안보 노선의엇박자를 겪을 가능성도 남아있다. 이 위원장은 개성공단 폐쇄와 관련해 "개성공단 폐쇄에 동참해야 한다"는 보수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반면, 정 전 장관은 '개성공단 전도사'로 활약해왔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 19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안 대표와의 입당) 합의문 첫 항도 우리 사회의 불평등 해소, 개성공단 부활을 위해 조건 없이 협력한다는 것이었다"며 "안 대표와 함께 개성공단 부활의 선봉에 서겠다"고 강조했다.
홍유라 기자 vand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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