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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짬버거' 직접 먹어보니…호불호 총정리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32초

'먹어도 좋다' vs '먹어도 될까'

근래 외식 업계의 트렌드 중 하나였던 '짬뽕' 열풍이 기어이 일을 냈다. 온갖 것들과 짬뽕의 결합으로 말 그대로 '짬뽕'스러운 음식을 만들어내더니 급기야 햄버거와 몸을 합쳤다. 19일 롯데리아가 선보인 '마짬버거' 얘기다. '마성의 짬뽕' 버거라고 한다. 마성은 사람을 속이거나 현혹하는 악마와 같은 성질을 뜻한다. 라면버거의 기억이 머리를 스쳤지만 자꾸 당기는 치명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다니 먹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혼자 마성의 맛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 3명의 인턴기자들과 동행했다. 시식 후 4명의 호불호가 갈렸다. 이를 정리해 봤다.


'마짬버거' 직접 먹어보니…호불호 총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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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도 좋다 = 짬뽕은 중국에서 시작돼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정착한 음식이다. 돼지고기와 해물, 채소 등을 기름에 볶다 물이나 육수를 넣고 끓인다. 중국서는 초마면이라 불리다 일본에서 짬뽕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짬뽕'이라는 단어에는 서로 다른 것을 뒤섞는다는 의미도 있다. 이것이 짬뽕의 정체성이다. 그만큼 짬뽕은 함께 뒤섞일 수 있는 재료에 제한을 두지 않는 개방적인 음식이어야 한다.


뭐든지 수용할 수 있는 이런 넓은 마음을 가지고 마짬버거를 대한다면 제법 맛이 있다. 우선 마짬버거는 요사이 인기 있는 짬뽕 가게들이 하나 같이 내세우고 있는 이른바 '불맛'과는 거리가 있다. 이 버거가 강조하고 있는 것은 짬뽕의 매운 맛이다. 매운 소스가 전체적인 맛을 지배한다. 빵을 대신한 면은 쫄깃한 식감을 가지고 있고 양념이 배어 있어 눈을 감고 오래 생각하면 짬뽕 맛 라면인 것 같기도 하다. 비록 불어터진 맛이지만 끓이는 수고로움 없이 짬뽕라면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은 높이 살만 하다. 채소는 양배추가 주를 이루지만 부족하다. 채소 맛으로 짬뽕을 찾는 이들은 아쉬울 수 있겠다. 패티는 오징어와 해산물을 가미해 해물짬뽕의 맛을 살렸다고 한다.

한 입 베어 물고 면과 해물과 매콤한 국물이 어우러진 짬뽕 한입을 먹은 것 같다고 하면 과장이다. 그런 맛을 원하면 요사이 햄버거 가게 보다 더 쉽게 찾을 수 있는 짬뽕 전문점을 가면 된다. 전화 한 통만 하면 배달도 된다. 짬뽕이 도처에 널렸는데 햄버거까지 짬뽕 고유의 맛을 재현할 필요는 없다. 마짬버거가 전하는 것은 짬뽕의 맛이 아니라 짬뽕의 느낌이다. 맵고 짠 면과 해물의 느낌말이다. 이를 경험하고 싶다면 도전할만하다.


'마짬버거' 직접 먹어보니…호불호 총정리


먹어도 될까 = 음식은 품고 있는 고유의 정서가 있다. 그 음식이 당기는 날이나 기분에는 이런 정서가 반영돼 있다. 예를 들어 비오는 날 파전과 막걸리가 먹고 싶다는 것은 이 음식이 담고 있는 정서다. 짬뽕과 햄버거도 각기 다른 정서가 있다. 우리는 흔히 매콤한 것이 당기는 추운 날 점심 짬뽕 한 그릇이 생각난다. 술 마신 다음 날 해장을 위해서 찾기도 한다. 뜨겁고 매콤한 국물이 스며든 면, 고기, 해물, 채소를 한 젓가락에 들어 후루룩 빨아들이면 숙취가 말끔히 해소된다. 이것이 이 음식의 정서며 문화다.


햄버거의 정서는 이와 다르다. 든든한 미국식 한 끼를 먹고 싶을 때 햄버거가 먹고 싶다. 콜라나 맥주, 감자튀김이 햄버거의 짝꿍이다. 짬뽕이 먹고 싶은 날과 햄버거가 당기는 날은 보통 다르다. 가지고 있는 정서가 다른데 짬뽕이 인기라고 해서 햄버거에 짬뽕의 맛을 입히는 것은 조화로운 맛과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마짬버거' 직접 먹어보니…호불호 총정리


면과 면 사이에 튀긴 패티가 끼어 있는 익숙하지 않은 겉모습에 먹기 전부터 머뭇거리게 된다. 면이 굳어 있는 모양에 일단 손이 가지 않는다. 용기를 내 한 입 먹으면 가장 먼저 미끈거리는 면의 질감이 느껴진다. 면이 짜지는 않지만 곧이어 들이닥치는 매운 소스가 혀를 얼얼하게 만든다. 해산물이 들어갔다는 패티는 위안이 되지 않는다. 기존의 새우버거 패티 등과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졌다. 채소는 너무 적어 아무 구실도 하지 못한다. 혀에 남은 것은 짬뽕의 맛도 아니고 버거의 맛도 아닌 맵고 짠 기운뿐이었다. 한 입 먹고 양치를 하고 싶어졌다.


클릭 - 마짬버거 직접 먹었습니다 "한정판이라 고마워요"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강현영 인턴기자 youngq6@naver.com
손현진 인턴기자 freehj@asiae.co.kr
이종윤 인턴기자 dirnqox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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