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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금 대출 지는데 잔금 대출 뜨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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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대출로 취급돼 이자만 내는 거치식 가능
은행들, 고객유치 위해 저금리 경쟁 치열


중도금 대출 지는데 잔금 대출 뜨는 까닭 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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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다음달 초 위례신도시에 입주하는 직장인 김형일 씨는 얼마전 반차를 내고 급히 송파구의 한 은행 영업점을 찾았다. 남은 잔금을 치르는 데 부족한 1억7000만원을 좀더 좋은 조건으로 대출받기 위해서다. 김씨는 "입주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은행별로 잔금 집단대출 조건을 비교하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며 "조건이 좋은 은행에 사람이 몰릴까 빨리 대출을 신청하려고 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2.85% 금리를 적용받아 향후 5년간은 40만원씩 매달 이자만 내고 이후 25년간은 매달 약 80만원씩 원금과 이자를 같이 내기로 했다. 잔금대출은 집단대출로 취급돼 이달부터 수도권에서 시행된 여신심사 선진화방안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되면서 5~10년간 이자만 내는 거치식으로도 대출이 가능하다.


지난해 말 서울 송파구의 A은행 영업점 4곳의 지점장이 한 자리에 모였다. 위례신도시의 대규모 단지 입주를 앞두고 잔금 집단대출의 영업전략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잔금 대출을 시작한지 얼마 안된 만큼 금리를 최대한 낮춰 '공격적인 영업'을 하기로 했다. 주말인 토요일에도 영업점 직원들이 돌아가며 근무를 서고, 지점장들도 직접 나서 고객을 유치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A은행의 한 지점장은 "지난해 말부터 입주를 앞둔 신도시를 중심으로 다수의 시중은행들이 잔금 대출에 진출하고 있다"며 "확실한 담보를 기반으로 장기 고객을 유치하는 동시에 여신심사 선진화 방안도 피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분양물량 폭증에 이어 새 아파트 입주가 줄을 이으면서 '잔금 집단대출'을 둘러싼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과거보다 많은 시중은행들이 잔금 대출에 나서 금리경쟁이 벌어면서 입주자들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리스크 관리를 이유로 은행들이 건설사에 중도금 대출을 거절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19일 부동산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이 잔금 집단대출을 취급하기 위해 열띤 영업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도금 대출을 받았던 은행에서 당연스레 잔금 대출을 받아왔지만, 이제는 달라진 것. 특히 위례나 미사 등 입주예정 물량이 많은 신도시에서는 단지마다 6~7개의 시중은행이 잔금 대출 영업을 하고 있다. 위례 신도시의 한 대단지에서는 최대 0.2%의 금리차가 벌어지면서 일부 은행에 쏠림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 은행의 여신담당자는 "더 많은 잔금 대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노마진 수준으로 금리를 낮췄다"며 "자칫하다간 역마진까지 우려돼 시일에 제한을 정해두고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잔금 대출이 은행들의 격전지가 된 이유는 이달부터 시작된 여신심사 선진화 방안의 영향이 크다. 분할상환을 원칙으로, 능력만큼 빚을 지도록 하겠다는 이 방안에 집단 대출은 예외로 적용됐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어려운 구조가 되면서 은행들에 그동안 눈여겨 보지 않았던 잔금대출이 '블루오션'이 된 격이다.


또 중도금 대출이 건설사의 보증을 기반으로 해 신용대출의 성격이 강한 반면 잔금 대출은 입주자 개인에게 나가는 주택담보대출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도 은행이 안정적인 대출로 인식하는 요인이다. 당장의 마진이 크게 남지는 않지만 한번에 대규모로 장기 고객을 확보해, 차후 급여이체나 카드발급 등 추가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도 있어서다. 잔금 대출을 실행 중인 한 은행의 지점장은 "집단 대출은 한번 고객이 창출 되면 부수거래가 창출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잔금 대출은 이미 소유권도 이전받은 고객을 대상으로 해 확실한 담보가 있어 리스크도 적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은 지난해 말부터 '공급 과잉' 우려로 은행들이 중도금 대출을 선택적으로 나서는 행태와 비교된다. 집단대출은 대출규제 강화에 포함되지 않지만 정부는 모니터링을 지속하기로 했으며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심사를 강화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들어간 상태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은행이 집단대출에 대출을 보류하거나 심사를 지연하고 거부한 규모는 약 2조1000억원, 1만3000가구로 추산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전까지만 해도 중도금, 잔금 대출의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규 분양이 과한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면서 건설사의 보증에도 불구하고 중도금 대출이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9월 기준 집단대출 규모는 약 104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잔금대출이 50조7000억원, 중도금 대출은 41조6000억원, 이주비 대출은 12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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