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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총수 연봉공개 추진…경제계가 반대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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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총수 연봉공개 추진…경제계가 반대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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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미등기 임원 재벌총수의 연봉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놓고 총선을 앞두고 인기에 영합한 포퓰리즘법·반기업정서법이라는 주장이 재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사실상 미등기 오너연봉공개법

전날 국회 정무위에서 여야안을 병합해 통과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기존 연봉 5억 이상 등기임원을 대상으로 분기마다 공개하도록 한 보수공개 의무화를 한층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 개정안이 19대 국회에서 통과되면 2018년부터 등기·미등기와 무관하게 상장사에서 연봉 5억원 이상을 받는 임직원은 반기마다 내는 사업보고서에서 보수총액을 공개해야 한다.

현재 미등기임원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와 미등기임원 가운데 고액연봉을 받는 임원이 해당된다.


개정안에 대한 시장과 일반의 평가는 기업지배구조 건전성 확립을 통해 투명성을 높이고 실적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많다. 미등기 임원으로서 높은 보수를 받는 총수와 총수일가가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보수 공개를 하지 않았는데 이번 개정안 마련은 적절한 조치라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계와 기업의 생각은 다르다. 임원보수공개가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추세가 맞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환경과 기업 및 오너, 고액연봉자에 대한 정서가 선진국과 다르다고 보고 있다.


-日도 미등기임원은 보수공개 대상 아냐

미등기임원의 보수공개여부는 가장 큰 논란거리다. 19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해외 주요국가에서 미등기임원을 포함해 임원보수를 공개하고 있다는 일부 주장과는 달리 대부분 이사회를 구성하는 이사를 대상으로 보수를 공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회사법제와 가장 유사한 일본의 경우 미등기임원은 보수 공개대상이 아니다.


일본은 1억 엔 이상 보수를 받는 임원별로 이름, 이사(사외이사 제외), 감사(사외감사 제외), 집행역, 사외임원으로 구분한 보수의 총액, 보수의 종류별(기본 보수, 스톡옵션, 상여, 퇴직위로금) 총액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이때 집행역을 단순하게 우리나라에서 논의되고 있는 미등기임원으로 파악할 수 없다.


영국,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네덜란드, 스웨덴,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대다수 유럽국가에서는 이사회 구성원에 대해서만 보수를 공개하도록 하고 규정하고 있다. 각국별로 이사회 구조는 다르게 구성됐다 하더라도 보수에 대한 공시는 공히 집행ㆍ비집행 상관없이 이사회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다.


-미등기임원 확대는 법적 문제도 있어

미등기임원에 대한 명확한 법적 정의나 해석 기준이 정립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선임절차, 보수, 업무수행권한, 책임 등 등기임원과 구분돼 운용되는 미등기임원에게 등기임원과 동일한 보수공시를 부담하게 하는 것은 법체계적 형평성을 상실한 자의적인 주장이라고 경제계는 판단하고 있다.


미등기임원이란 통상적으로 주주총회의 선임절차를 거치지 않고 고용계약을 통해 기존 사용인겸무이사 혹은 업무담당이사가 행하는 직무를 위임받아 대표이사 혹은 업무담당이사의 지휘와 감독하에서 업무를 집행하는 등기임원 이외의 자를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그런 "광의의 개념에서 살펴보면 미등기임원은 등기가 돼 있지 않으면서 기업의 중요 업무집행을 수행하는 자로 볼 수 있는 바 그 범위가 상당히 모호하다"고 주장한다.


-연 4회서 2회 줄여도 지나친 통제

개정안은 보수공개를 연 4회에서 연 2회로 줄였지만 이 역시 지나치다는 주장도 있다. 임원 개인의 측면에서 보수는 일종의 재정ㆍ신용정보로서 헌법상 보호받아야 할 요소임을 고려해보았을 때 1년에 최대 4번씩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개인 정보권에 대한 지나친 통제라는 것이다. 미국, 영국, 독일 등 국가들에서도 연 1회 임원의 개인별 보수를 공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분기 또는 반기별 공시를 의무화하지는 않고 있다.


경제계는 "분기ㆍ반기 보고서를 제외하고 사업보고서에 기재하는 것만으로도 임원보수 공시목적은 충분히 달성되며 보통 임원보수의 지급 한도가 매년 소집되는 정기주주총회에서 결정되는 바 이에 대한 공시도 매년 이루어지는 것이 법체계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상장회사협의회 이재혁 정책홍보팀장은 "도대체 연 4회에서 연 2회로 축소하는 것은 무슨 논리인지 모르겠다며, 연봉공개라는 제도 도입의 취치에 맞게 연 1회 공개하는 것으로 축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능력있는 구조조정 전문가 구하기 어려워진다

기업성장과 더불어 임원보수와 종업원 임금 간 격차가 더 증가할 수 있다. 그런데 상위 5인에 대해 무조건 공개하자는 논의는 기업가치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


한국의 임원ㆍ종업원 간 보수격차는 심각하지 않은 상황이다. 한경연이 미국의 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의 임원-종업원 보수격차 자료 및 한국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임금근로시간 정보시스템을 이용해 분석한 결과, 2012년 기준 한국의 100대 기업의 평균 대표이사 보수 평균치와 종업원 평균보수 간 비율은 51배로서 미국의 354배, 독일의 147배, 프랑스의 104배, 스웨덴의 89배, 일본의 67배보다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기업 전반에서 구조조정이 화두인 상황에서 상위 5인에 대한 연봉을 공개하도록 한 것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우수인재의 영입을 제한하게 만들고, 국내기업도 해외로 이전하도록 만들 우려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자조차 못 내는 기업에서 고액연봉을 지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현실은 역설적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00% 안 되는 기업일수록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유능한 고액연봉의 임원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실패한 경영자에 대한 문책상의 감봉은 있을 수 있지만 경영곤란을 겪고 있는 기업이라고 해서 고액연봉 지급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태도는 해당회사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봉이 공개된 임원들이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개별보수공개범위가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상장회사협의회 등 경제단체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의견을 국회 법사위, 정무위와 여야 정책위에 제출하고 개정안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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