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 엔화 가치가 최근 고공행진하면서 일본 수출 기업들의 실적이 급감하고 있다.
18일 일본 SMBC닛코증권은 일본 주요 상장기업의 지난해 10~12월 순이익을 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9.8%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엔화 가치 변동에 민감한 수출 기업의 순익이 내수 중심 기업보다 더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 4분기 제조기업의 순익은 전년 대비 27% 하락한 반면 비제조업의 순익은 31% 증가한 것으로 SMBC닛코증권은 집계했다.
이날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1월 무역수지에서도 일본 수출 경기 부진은 확인된다. 지난 1월 일본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2.9% 감소하면서 2009년 이후 최대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아베노믹스의 통화완화 정책에 따라 엔화 약세의 덕을 톡톡히 봤던 수출 기업들이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는 것은 최근 엔화 가치가 급등한 때문이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올 들어 5.5% 상승했다.
미쓰비시UFJ 모건 스탠리에 따르면 달러 혹은 유로 대비 엔화 가치가 1엔 상승하면 일본 기업의 영업순익은 1% 이상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도요타자동차는 달러 대비 엔화가치가 1엔 상승 할 때마다 영업 순익이 40억엔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국가의 경기 침체도 일본 전자ㆍ기계ㆍ제조 기업을 압박 중이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는 아시아 주요 국가의 수요 급감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수출 주도형 기업인 일본 캐논의 지난 한 해 순이익은 전년 대비 13.6% 하락했다.
최근의 엔화 강세를 감안하면 향후 일본 수출 기업의 실적 전망은 더 암울하다. 최근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올해 엔달러 환율이 100엔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쓰비시UFJ 증권의 노리히코 후지토 투자전략가는 "엔고 현상이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지만 일본 수출기업의 다음 회계연도에도 상당한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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