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18일 오전 국회에서 비교섭단체 대표발언을 통해 "남북관계에서도 여야는 이념적 대결에만 골몰하고 있다"며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안보를 튼튼히 하면서도 대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또 공정성장론 등 경제정책을 소개하며 "국민의당은 거대 양당의 독과점 구조인 낡은 정치의 판을 깨고 국민께 더 많은 선택권을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안 대표의 비교섭단체 대표발언 전문.
"정치를 바꿔야 대한민국이 바뀝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국회의장과 선배동료 의원 여러분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여러분
안철수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길을 잃었습니다.
꿈도 잃었습니다.
대한민국의 비전과 전략적 목표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외교ㆍ안보ㆍ정치ㆍ경제ㆍ산업ㆍ교육, 모두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모릅니다. 모르기 때문에 불안합니다.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가?
어디로 가야 하는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진단도 전략적 목표도 실행계획도 모두 보이지 않습니다.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로 위협하고 있습니다.
TV와 신문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 장면이 나온 것이 벌써 10년이 넘습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외교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닙니다.
역사적으로 패권국가의 세력 교체기에 우왕좌왕하다가 한반도의 운명이 큰 나락으로 떨어진 것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명ㆍ청 교체기와 구한말 그리고 미국과 소련이 충돌할 때도 한반도는 큰 위기를 맞았습니다.
지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국가의 이익을 극대화할 전략이 있습니까?
박근혜대통령과 정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외교를 잘 하고 있다고 자랑했지만, 실상은 외교적으로 심각한 난관에 봉착해 있습니다.
2014년 세월호 이후 국민들은 국가를 믿지 않습니다.
대통령이 관피아를 청산하겠다고 했지만, 그 약속이 지켜지기는커녕 더 나빠지고 있습니다.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는 나리가 되었습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돈으로 사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청년들이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가질 수 없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합리와 상식이 결여되고, 정의롭지 못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어느 철학자가 지적한대로, 지금의 위기는 자본주의가 민주주의와 이혼하려는 데서 온 것인 지도 모릅니다.
대한민국은 지난 70년간 많은 고비를 넘었습니다.
가난이란 시대적 과제를 산업화로 해결했고, 자유란 시대적 과제를 민주화로 해결했습니다.
2016년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는 분명합니다.
격차해소와 평화통일입니다. 그리고 이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서 정치가 개혁되어야 합니다.
정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지, 문제를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은
경제적 양극화 때문에 정치가 양극화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양극화 때문에 경제가 양극화 된다고 통찰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한국의 정치는 완전히 기능을 상실했습니다.
두 거대 정당의 절대적 독과점체제 때문입니다.
극단적 대립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문제의 진원지가 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앞에 놓인 격차해소와 평화통일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 기득권 담합체제를 깨고 공정한 경쟁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습니다.
담합은 나쁜 것입니다. 경쟁은 좋은 것입니다.
기업에게 담합은 천국이지만, 소비자에게는 지옥입니다.
경쟁은 기업에게는 지옥이지만, 소비자에게는 천국입니다.
이제 정치도 그렇게 돼야 합니다.
더 많은 선택, 더 좋은 선택을 국민께 보장해야 합니다.
국민의당을 창당한 것은 분명한 목표가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 국민의당은 거대 양당의 독과점구조인 낡은 정치의 판을 깨겠습니다.
정치의 판을 바꾸지 않고는, 무능과 무책임으로 밥값 못하는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절망에 답을 드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국민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드리겠습니다.
주권은 곧 선택권입니다.
대통령을 직접 선택할 권리가 중요하듯,
더 많은 정당 중에서 좋은 정당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민의 주권을 더 크게 하는 것입니다.
둘째, 국민의당은 조직된 소수가 아니라,
침묵하는 다수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될 수 있는 통로가 되겠습니다.
여야가 각각 국민을 대변한다면서 실상은 양극단의 목소리,
지지자들의 목소리만 대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열과 극한 대립의 정치를 극복하겠습니다.
양 극단의 지지자들만 바라보는
거대 양당의 독과점 구조를 바꾸지 않고는,
우리 정치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습니다.
셋째, 국민의당은 한반도 평화와 공정한 성장,
충분한 좋은 일자리와 더 나은 사회 안전망,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지향합니다.
‘함께 잘 사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국민의당이 하고자 하는 일입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국민의당은 1호 법안으로 낙하산 금지법을 선보였습니다.
낙하산 금지법은 갑질 금지법입니다.
수많은 중산층과 서민들을 억울하고 눈물 나게 하는 것은
어렵고 힘든 현실보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열심히 살면 그래도 내일은 좀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부모님도 참고 사셨고, 나도 참고 살고 있지만,
그래도 내 아이들 만큼은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살 수 있을 거란
희망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돈 없고 배경 없이는, 취직도 승진도 불가능한 세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제 손을 잡고 말씀하셨습니다.
착한 사람들이 눈물 흘려야 하는 세상,
이제 좀 바꿔달라고 말입니다.
그래도 우리 아이들이 공부만 열심히 하면
좀더 나은 세상에 살 거란 기대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노후대책도 포기하며 대학교육까지 시켰지만,
아이들은 몇 년째 입사원서만 쓰고 있습니다.
토익점수가 950점이어도
수많은 경력으로 스펙을 쌓아도
서류심사도 통과하지 못해 이불 쓰고 우는 아이들을 보며
부모들은 억장이 무너집니다.
수많은 서민과 중산층 가정의 오늘입니다.
누구의 탓입니까?
온갖 연줄을 찾아 청탁을 하지 않고는 서류심사조차 통과하기 어려운 세상,
그렇게 힘들게 들어간 회사에서도 공정한 경쟁과 승진을 바라볼 수 없는 세상, 정치인들끼리 서로서로 봐주고,
정치가 경제와 뒤얽혀 끼리끼리 봐주면서,
곳곳에 낙하산을 내려 보내기 때문입니다.
낙하산은 무사안일과 부패로 이어집니다.
작은 부패와 비리가 쌓여 큰 사고를 불러오고
국민들이 고스란히 피해자가 된다는 것을 우리는 뼈아프게 배웠습니다.
국민의당은 낙하산금지법이 격차와 차별, 불공정한 구조를 바꾸는
만병통치약이라고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공정하지 못하고, 정의롭지 못한 판을 깨지 않고서는
어떤 변화도 불가능합니다.
어느 한 구석에서부터라도 낡은 판, 부도덕하고, 정의롭지 못한 판을
깨기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야 변화가 시작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미 느끼고 계시겠지만, 지금 우리 경제는 위기입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대통령은 경제의 실상을 솔직하게 밝혀야 하고,
여야 정치권 모두는 답을 찾아야 합니다.
국민의당의 ‘공정성장론’은 경제위기 탈출의 해법입니다. 성장과 분배는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로 만들어야 하고,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공정한 시장, 공정한 분배, 공정한 조세제도, 생산적복지가 선순환되게 만들어야 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을 제대로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박근혜정부에서 하고 있는 여러 가지 미시적 구조조정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거시적인 담대한 구조개혁만이 위기에서 탈출할 해법입니다. 3대 성장축을 세워야 합니다.?
첫째, 구조개혁 중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4대개혁에 명시적으로 포함되지 않은 것이 산업구조개혁입니다.
현재 재벌체제는 글로벌 수준의 전문 대기업들로 재편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중소중견기업은 국가적 연구개발 구조개편을 통해 독일식 히든챔피언들로 육성해야 합니다.?
창업정책도 금융정책이 아니라 산업정책에 중점을 두어 기업의 성공확률을 높이고, 실패해도 재도전할 수 있게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둘째, 신산업 전략군을 선정해야 합니다. 신재생에너지, 항공우주산업, 지식정보산업 등 중장기적으로 성장과 일자리 창출 가능한 부분에 국가적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셋째, 지금 당장은 힘들더라도, 긴장완화를 통해 동북아 경제권을 만들어서 북한, 중국, 러시아, 일본을 주도적으로 묶어 내는 구상을 추진해야 합니다.
?
국민의당은 성장과 일자리 창출 방안 제시를 통해서 신뢰받는 정당이 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안보 불안문제도 여야 모두 함께 해결점을 찾아 국민을 안심시켜야 합니다.
먼저, 국민의당은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발사 등
북한의 무력도발행위를 강력히 규탄하며
이를 저지하는데 초당적으로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우선 7.4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공동선언, 10.4정상선언은 모두 남북관계의 유산입니다.
이 점을 여야가 인정해야 합니다.
진보적인 정부와 보수적인 정부가 추진했던 성과를 계승하고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남북관계에서도 여야는 이념적 대결에만 골몰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는 어떤 해법도 나올 수 없습니다.
우리의 입장은 분명합니다.
우리의 기준은 국익과 국민입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 등 모든 군사적 시도에 우리는 단호히 반대합니다.
핵무기로는 북한의 미래가 보장될 수 없음을 분명히 깨닫게 해줘야 합니다.
이를 위해 보다 일관성 있는 대북정책을 견지해야 합니다.
우선 우리는 튼튼한 안보의 토대 위에,
과정으로서의 통일을 추구해 가야 합니다.
항구적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안보를 튼튼히 하면서도 대화를 병행해야 합니다.
미국의 보수파 대통령 레이건은 소련을 악의 축으로 부르고
군비증강에 힘쓰면서도 소련과 대화하기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도 여당도 야당 일각에서조차
북한체제의 붕괴나 궤멸을 이야기합니다.
이런 주장은 안보불안을 해소하는 데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도, 통일로 가는 길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한반도의 안정이며 점진적인 통일입니다.
급격한 변화와 통일은 대박이 아니라,
오히려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국민들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념적인 접근이 아닌 실용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평화통일로 가는 길입니다.
안보는 감정적으로 다룰 문제가 아닙니다.
냉철한 머리와 이성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공조체제를 더욱 강화하고 압박과 대화를 병행하면서 국민의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튼튼한 안보는 대화 협상의 필수불가결한 전제입니다.
그러나 안보는 상황 논리를 앞세워 졸속으로 결정한다고 튼튼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첫째,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 군의 독자적인 전략무기방어체계를 조속히 구축해야 합니다. 해마다 수 십 조원의 막대한 국방비를 쓰면서 독자적인 방어체계는 왜 갖추고 있지 못한 지에 대해 따져봐야 합니다.
국민의당은 북한의 미사일에 맞서 우리 군의 독자적인 미사일방어체계가 필요하다는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예산을 추가 편성해서라도 방어체계 구축시기를 한시라도 앞당겨야 합니다.
사드배치문제는 찬성-반대로 편을 가르는 이분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사드배치는 공론화를 통해 국민공감대를 얻어야 하며
독자방어체계 구축이라는 대안과 함께 논의되어야 합니다.
군사적으로 한반도 작전환경에 얼마큼 실효성이 있는지를 검증하고
비용부담 문제, 주변국과 외교적 마찰해소 등의 과제를
공론의 장에서 논의해서 결정해야 합니다.
둘째, 국민의당은 북한 핵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핵 보유를 검토하자는
여당의 주장에 단호히 반대합니다.
핵 보유는 동북아에 핵 도미노를 일으키고,
당장 일본의 핵무장 길을 터주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중국의 군비확장과 동북아에서의 군사적 긴장고조는 피할 수 없습니다.
참 대책 없는 주장이고,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불 보듯 뻔 한 결과입니다.
이런 무책임한 정치, 이념과잉의 정치가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딱한 것은 보수를 표방하는 일부 세력들이 정치적 유불리만 따지면서
시장을 혼란키는 언행을 서슴치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국민들이 수준 낮은 보수,
가짜 보수를 한심하다고 여기고 새로운 대안을 찾고 있는 것입니다.
셋째 정부가 급작스럽게 개성공단 가동중단 조치를 취한 것은
전략적으로도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선택이란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조업중단조치가 궁극적으로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을 저지하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며,
오히려 우리기업과 국가에 경제적 손실만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그런 갑작스러운 조치 이후
통일부 장관과 대통령이 어떤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개성공단이 문제의 근원이었던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합니다.
지금이라도 대통령은 국익과 국민의 관점에서
개성공단 문제를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여러분,
지금은 적당한 변화로는 아무 것도 바꿀 수 없습니다.
지금이 한국정치의 판을 바꿀 때입니다.
기득권 양당의 독과점구조를 깨지 않고는 한반도의 평화도 공정성장도, 복지국가도, 민주주의도 불가능합니다.
거대 의석에 안주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문제를 만드는 정치, 이젠 바꿔야 합니다.
지켜봐 주시고 더 나은 선택, 더 좋은 선택을 해주십시오.
국민 여러분,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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