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유행에 쏠리지 않고 장기투자
CIO도 10년 이상 자리 지키며 투자철학 고수
[아시아경제 최서연 기자] 국내의 대표적인 가치투자 운용사 신영자산운용과 한국밸류자산운용이 올해 각각 설립 10주년과 20주년을 맞는다. 설립 이후 가치투자를 고수하고 있는 두 회사의 대표펀드 수익률은 코스피 상승률의 4배에 육박한다.
17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신영자산운용이 2002년 4월 25일 출시한 '신영마라톤'은 설정 이후 수익률이 408%에 달한다. 이 기간 동안 코스피는 872.58에서 1888.30(16일 종가 기준)으로 14년 동안 116.4% 상승했다. 2003년 5월 26일 설정된 '신영밸류고배당'은 설정 이후 540%의 수익률을 올렸다. 이 기간 동안 코스피는 205.7% 상승했다.
한국밸류자산운용의 가장 오래된 펀드이자 올해 출시 10주년을 맞은 '한국밸류10년투자'는 2006년 4월18일 설정 이후 수익률이 141%를 기록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코스피는 1427.00에서 1888.30으로 32.3% 상승했다. 펀드 수익률이 코스피 상승률의 4배가 넘는다.
두 회사의 공통점은 우후죽순 펀드를 찍어내고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자주 바뀌는 여느 운용사와 달리 같은 CIO가 자리를 지키면서 '소수정예'의 펀드를 오랜 기간 운용한다는 점이다. CIO는 자산운용사의 투자철학과 운용전략을 총괄하는 인물이지만 성과에 따라 교체되는 일이 잦다. 그러나 신영자산운용과 한국밸류자산운용은 허남권 부사장과 이채원 부사장이 각각 11년, 10년 동안 같은 회사에서 CIO로서 가치투자 철학을 고수하고 있다. 허 부사장은 신영증권 주식부에서 일하다 1996년 신영자산운용이 출범하면서 합류해 20년 동안 가치ㆍ배당주 투자를 전문으로 하고 있는 대표적인 스타 펀드매니저다. 이 부사장도 '10년투자 펀드'를 출시해 10년 동안 운용중이다.
이들은 이 같은 성과의 비결을 '가치투자'로 꼽고 있다. 시황과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저평가된 주식을 사서 오랜 기간 보유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이들은 시장에는 늘 소외된 주식이 있다고 말한다.
이 부사장은 "업계에서 유일하게 펀드에 락업(가입 후 환매가능시기)이 걸려있어서 환매가 많이 나와 팔아야 할 일이 없었기 때문에 지난 10년간 운용상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바이오와 화장품만 주가가 올랐지만 이럴 때 일수록 장기투자자에게는 소외된 주식을 저가에 매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허 부사장도 "과거에 비해 주가가 오르긴 했지만 한국의 주가 수준은 다른 나라에 비해 여전히 그리 높지 않은데다 배당수익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어 긍정적"이라면서 "다만 대부분 공모펀드이기 때문에 펀드 사이즈가 커질수록 유동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10주년과 20주년을 맞은 두 운용사는 앞으로도 이 같은 투자전략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 부사장은 "10년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남은 20~30년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원금을 잃지 않고 시장 금리 2배 이상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올리는 것을 지켜나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허 부사장도 "가치주와 배당주에 투자하는 전략을 일관성 있게 지켜나갈 것"이라며 "오는 3월 투자자 포럼을 개최하고 앞으로는 투자자들과 운용사가 투자전략, 투자철학 등 상호 의사소통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서연 기자 christine8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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