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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웰다잉 시대①]반려동물 호스피스 병동 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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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웰다잉 시대①]반려동물 호스피스 병동 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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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가구 중 1가구는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 '개팔자 상팔자'라 비꼬는 것은 옛말이다. 반려동물은 가족 구성원 중 하나다. 동물 생명의 존엄성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반려동물의 죽음에 대한 생각도 바뀌고 있다. 아픈 반려동물을 위해 각종 재활치료와 값비싼 테라피를 받게 하고, 임종이 가까워진 반려동물을 호스피스 병원에 입원시키기도 한다. 마지막 가는 길은 정성스레 장례를 치른다. 이른바 반려동물 '웰다잉(Well-dying)' 시대다.

반려동물 호스피스 병동은 마지막을 정리하는 동물의 육체적 편안함은 물론 반려인도 정서적 안정감을 갖도록 도와주는 곳이다. 이곳에 머물렀던 반려동물의 1인칭 시점에서 작성했다.


[반려동물 웰다잉 시대①]반려동물 호스피스 병동 24시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부애리 기자] # 제 이름은 마루입니다. 1998년도에 태어났습니다. 아니지 1999년도였던가. 나이가 들어선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네요. 사람 나이로 치면 제가 104살 쯤 된다지요. 주인님이 두꺼운 외투를 꺼내실 때 저를 이곳에 데려 왔는데 아직도 창문 밖은 춥습니까? 전 하루 종일 소파에 엎드려 있어요.


어느 날부터인지 전 배가 고프지 않았습니다. 밥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도 헷갈렸습니다. 물도 안 마셨습니다. 물 그릇 안엔 분명히 뭔가 있었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뒤집고, 뒤집고 또 뒤집다가 결국 이곳에 오게 됐습니다. 자꾸 뒤집으니까 주인님 속도 뒤집어졌나 봅니다.


제가 여기 온 지도 벌써 넉달째가 돼 가네요. 주인님이 보고 싶긴 하지만 전 괜찮습니다. 종종 저를 보러 오시거든요. 전 잘 안 움직이지만. 그리고 제 나이가 몇인데요. 가끔 주인님과 보내던 시간들이 생각이 납니다.


제가 뭐더라 그 치, 뭐더라 아 맞다 치매라는 병에 걸렸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약을 매일 먹습니다. 코코넛오일, 우루사, 비피더스, 실리마린, 투비독을 섞은 제 약은 영양 만점입니다. 집에서는 잘 안 먹었는데 여기선 그래도 제가 약을 먹을 때까지 지켜봐줍니다. 그래서 좀 잘 넘어가는 편이죠. 방금 누가 지나갔나요? 참 저는 말티즈에요. 제 이름은 마루. 1998년도에 태어났어요. 아니지 1999년도였던가. 다 귀찮네요. 제가 좀 나른해서요. 좀 잘게요.


[반려동물 웰다잉 시대①]반려동물 호스피스 병동 24시

# 나는 2006년에 태어난 시츄, 뭉이입니다. 내일이면 집에 가겠네요. 2박3일 동안 이곳에서 지내다 갑니다. 사실 엄마가 절 맡기러 호텔에 갔다가 거부당했어요. 제가 나이가 좀 많은 편이잖아요? 심장도 안 좋고 약간 피부병도 있고, 귀도 잘 안 들리고 앞도 잘 안 보여요. 그랬더니 호텔 직원이 난색을 하더라구요. 기관지협착이 있는 노령견들은 하루만에라도 죽을지 모른다나요.


사실 저도 호텔이 싫어요. 지난번엔 주인 올 때까지 하루 종일 짖다가 목이 쉰 놈이 제 옆방에 있었는데 잠도 못 자고 꼴 보기가 싫었어요. 그보다는 여기가 훨씬 낫죠. 자기 전에 산소방에 들어가서 산소도 좀 쐬고요, 수중 러닝머신도 좀 뛰고 나면 어릴 적으로 돌아간 느낌이에요. 가끔 한방 치료도 하는데 따끔 하긴 해도 시원해요. 지난번에 발작을 하는 치매견 하나가 왔는데 한방 마사지 받고 완전 좋아졌다고 하네요. 엄청 잠을 잘 잤대요. 저도 나가기 전에 각질 제거를 추가해서 받고 나갈 것 같아요.


가끔 창문 너머로 보면 저는 다행이다 싶어요. 쟤네들도 부모가 있었겠죠? 길에 그냥 다니는 애들을 보면 진짜 비참해 보여요. 근데 지금 밖에 계신 엄마도 제가 무척 보고 싶겠죠? 엄마, 아빠와 오래 살수록 오히려 더 함께 다니진 못 하네요. 저도 힘이 부치는 건 사실이죠. 그렇지만 엄마, 아빠에게 더 잘해드려야겠어요. 제가 살아봐야 얼마나 더 살겠어요. 안 그래요?


# 엄마, 저는 잘 있어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곳에서 다른 아이들을 만나보면 제가 받은 사랑이 과분했다는 것을 알게 돼요. 정말 감사합니다.

[반려동물 웰다잉 시대①]반려동물 호스피스 병동 24시



이별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던 어느 날 제가 먹기만 하면 토를 하기 시작했죠. 여러 군데 병원을 다녔지만 대부분 원장님들께서 제 병을 치료하기 어렵다고 하셨죠. 몇몇 친구들은 항암 치료도 받고 혈액 투석을 받기도 했대요. 너무 아팠을 것 같아요.


마음의 준비하기 위해 들렀던 그 병동이 엄마와의 마지막 추억이 됐네요. 하루 반 정도 머물면서 어느 정도 짐작을 했던 것 같아요. 엄마도 조금은 마음이 놓이셨죠? 그 때 받은 치료로 제가 조금은 좋아졌었잖아요! 주말에 마침 엄마가 쉬는 날이라 퇴원하고 집에 돌아올 수 있어서 기뻤어요. 아마 제가 마지막을 짐작했던 것 같아요. 엄마와 함께 잠든 채로 무지개다리를 건널 수 있어서 저는 행복했어요. 엄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엄마가 보내주신 맛있는 통조림을 친구들과 나눠 먹으면서 잘 지내고 있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엄마도 행복하세요. -아롱이 올림-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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