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애플이 올해도 주주환원용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규모 채권 발행에 나섰다.
애플이 12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한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채권 발행을 위해 뉴욕 월가에서 주문을 받은 결과 현지시간 이날 정오까지 발행액의 두배가 넘는 280억달러 가량의 자금이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금융시장이 극도의 불안을 보이고 있어 '숨겨진 안전자산'인 애플 채권에 대규모 자금이 몰린 셈이다.
애플은 만기와 형태가 다른 9가지 종류의 채권을 발행할 예정이다. 최장 만기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30년이다.
애플은 2013년부터 매년 대규모 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애플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현금 부자 기업이지만 대부분 현금이 해외에 있다. 이를 본국으로 들여올 경우 막대한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애플은 채권 발행을 통해 별도의 운영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때마침 세계적으로 저금리 추세가 이어지고 있어 채권 발행에 따른 비용 부담도 적은 상황이다. 올해 들어서도 중국 경기 불안감 탓에 채권 금리는 떨어지고 있다.
2013년 이후로만 따질 경우 애플의 채권 발행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애플이 이번에 처음으로 그린본드도 발행키로 했다. 채권 발행을 통해 확보한 수익금 중 일부를 친환경 에너지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부문에 투자할 재원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애플의 채권 발행은 금융시장이 극도의 불안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근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워낙 높아 기업들이 아예 투자금을 유치하려는 시도 조차 못 하던 상황이었는데 기업들의 투자 유치 활동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애플과 함께 IBM과 도요타 자동차가 각각 50억달러, 17억5000만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퍼더레이티드 인베스터스의 도널드 엘렌버거 투자전략가는 "애플의 채권 발행은 매력적으로 보인다"며 "시장이 조금만 안정되면 채권 발행이 봇물을 이룰듯 하다"고 말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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