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 발명한 르네 라에네크 탄생 235주년
청진기는 하얀 가운과 함께 의사의 상징이다. 오늘날에도 의사들이 진찰을 할 때 자주 사용하는 청진기의 역사는 올해로 200년이 됐다. 청진기는 프랑스의 의사 르네 라에네크가 1816년 발명했다. 그런데 그가 청진기를 발명하게 된 데에는 속사정이 있었다.
17일 구글은 청진기를 발명한 의사 르네 라에네크 탄생 235주년을 기념하는 '두들(Doodle)'을 선보였다. 두들(Doodle)은 구글이 기념일마다 선보이는 로고다. 이 두들을 클릭하면 1781년 2월 17일 태어난 라에네크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에서 태어난 라에네크는 나폴레옹의 주치의였던 코르비자르에게 의학을 배웠다. 과거에는 중간 매개체 없이 의사가 환자의 가슴에 귀를 대고 심장이나 폐에서 들리는 소리를 바로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비만인 환자에 대한 청진은 어려웠고 환자의 세균이나 기생충이 의사에게 옮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래서 라에네크의 스승인 코르비자르는 환자를 두드려보고 나타는 소리나 반응으로 진찰을 하는 타진을 활용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라에네크는 심장이 좋지 않은 젊은 여성 환자를 보게 됐다. 이 환자는 너무 비대해 타진이나 촉진을 할 수 없었고 청진을 위해 젊은 여성의 가슴에 귀를 댈 수도 없었다. 라에네크는 아이들이 긴 나무 대롱을 귀에 대고 서로 말하며 놀던 것을 떠올렸다. 그래서 종이를 말아 한 쪽은 여성 환자의 가슴에, 다른 한쪽은 자신의 귀에 댔다. 그러자 선명한 심장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청진기를 이용한 첫 진료였다. 여성 환자의 풍만한 가슴이 청진기를 만든 계기가 된 셈이다.
이후 라에네크는 청진기를 만드는 데 골몰했고, 청진기로 환자를 진찰한 기록을 남겼다. 그렇게 청진으로 주요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었다. 라에네크의 청진기는 원통 모양이었는데 뉴욕의 내과의사 조지 캐먼이 오늘날처럼 양쪽 귀로 들을 수 있도록 바꿨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올해 200살이 된 청진기가 앞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는 청진기의 앞날을 조명하는 기사를 실었다. 여기서 WP는 심초음파검사기나 손에 쥘 수 있는 크기의 초음파 기기 등 더 간편하고 정확한 장비도 있는데 굳이 청진기를 써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고 했다.
또 심장 관련 질환 분야에서 청진기의 대체물로 꼽히는 심초음파 기기를 사용했을 때 심장 이상 환자 82%를 가려냈지만 청진 등 신체검사로는 47%만 가려낸 것으로 드러난 2014년의 연구결과도 소개했다. 하지만 WP는 청진기가 기능을 떠나 접촉을 통해 의사와 환자의 물리적 거리를 줄여주는 상징적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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