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강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북한의 핵개발 수준이 핵무기를 소형화해 장거리 미사일에 탑재할 수준까지 도달하지 않았고 내부 단결로 제재 국면을 돌파하고 7차 당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제 5차 핵실험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9일(현지시간) 상원 정보위원회 출석에 앞서 서면증언을 통해 북한이 영변의 핵단지에서 수 주에서 수개월 내에 플루토늄 추출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며 "북한이 3차 핵실험 후인 2013년에 영변의 우라늄 농축시설과 흑연감속 플루토늄 생산 원자로(5MW 흑연감속로)를 포함한 핵시설의 재정비ㆍ재가동을발표했는데 북한은 실제 영변의 농축 시설을 확장하고 플루토늄 생산 원자로를 재가동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2007년 6자회담의 '2ㆍ13 합의'와 '10ㆍ3 합의'에 따라 5MW 원자로를 폐쇄ㆍ봉인한 뒤 이듬해 6월 냉각탑까지 폭파했으나, 북한은 경제ㆍ핵무력 병진 노선을 채택한 직후인 2013년 4월 2일 5MW 흑연감속로를 재정비ㆍ재가동하겠다고 공식으로 선언한 바 있다.
그는 특히 "북한은 충분히 오랫동안 원자로를 가동해 왔으므로 수주 또는 수개월 내에 그 원자로의 사용후 연료에서 플루토늄 추출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클래퍼 국장은 이어 "북한은 단거리 탄도 미사일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이르기까지 탄도미사일의 크기와 정교함을 발전시켜왔고, 지난해 5월에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실험에 성공했다는 주장까지 했다"면서 "북한은 또 이동식ICBM인 'KN08'까지 공개적으로 과시했는데 비행 실험이 충분히 되지 않았음에도 북한은 이미 초기 배치 단계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국정원도 지난 7일 국회정보위원회에서 "북한이 함북 무수단리에서 5차 핵실험을 상시 준비 중"이라면서 북한의 추가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개발 수준이 핵무기를 소형화해 장거리 미사일에 탑재할 수준까지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핵실험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동안의 핵실험이 실전용과 협상용 두 가지 목적을 다 갖고 있었다면, 앞으로는 실전용에 무게가 실릴 것이란 전망이다.
북한 내부적으로도 7차 당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려 하고 대북제재 수위나 중국과 러시아 등의 입장에 따라 북한이 다시 핵실험을 강행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 1월 4차 핵실험 이후 각종 매체를 통해, 미국의 대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자위적 수단으로 핵을 보유했으며, 미국이 이런 정책을 중단하지 않은 한 핵능력을 계속 강화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지난 10여년간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가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진행돼 왔다. 이에 따라, 북한의 다음 도발은 더욱 더 대담해질 가능성이 크며, 그로 인한 위험은 우리 국민들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은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비무장지대(DMZ)뿐 아니라 해안 등 후방지역에서도 추가로 도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장 총장은 이날 서해안의 한 해안경계부대를 찾아 성동격서식 추가도발에 대비한 경계작전태세를 점검하며 일선 장병들에게 "적이 도발하면 혹독한 대가를 치를 수 있도록 즉각 단호하고 강력하게 응징할 것"을 주문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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