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설…복받을 준비 되셨습니까

시계아이콘01분 54초 소요

에디터 편지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귀성은 설왕(설往, 설에 가는 것)이고 귀경은 설래(설來)니, 딱 이즈음이 설왕설래의 계절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이 모이니 말이 오가고 말이 오가니 또 말이 많아지는 철이기도 합니다. 썰왕썰래라 할까요.


2016년 병신년 설은 유난히 말은 많고 마음은 무겁습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데다 아직 선거구도 제대로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후보들이 난립해 서로 설전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맞는 설이라, '정치적인 노이즈'가 전국을 시끌시끌하게 할 것 같습니다. 같은 당 예비후보끼리 신경전을 벌이고, 야당끼리 '입멱살'을 잡느라 분주합니다. 박근혜, 김무성, 문재인, 안철수란 이름이 입방아에 오를 것이고, 각 지역구마다 후보 경쟁과 관련한 전망과 짐작들이 차례상을 앞에 두고 쏟아져 나올 것이라 생각됩니다.

경제는 설에 모인 사람들의 어깨를 처지게 할 거 같네요. 작년 내내 불황 타개를 외치는 것 같았는데도 여전히 경기는 바닥을 헤매고 있거나 더 나빠질 것 같은 불안에 쌓여 있고, 어려운 기업상황을 타개하겠다며 근로자 임의해고의 길을 열어준데다 취업은 어렵고 퇴직압박들은 더욱 기승이어서 봉급쟁이들에겐 지옥이 따로 없다 싶습니다. 이런 시절이니 설 상여나 연말성과급도 없어지거나 봉투가 하염없이 얇아져, 교통비와 차례상 비용 대기도 빈약한 주머니로 귀성하는 이가 많을 것입니다. 설이라고 아이들 세뱃돈이라도 줘야할텐데, 이리저리 피하느라 눈치를 볼 생각을 하니 기분이 더욱 한심해집니다.


세상은 자식을 끔찍하게 죽이고 가족을 해치는 일이 다반사처럼 일어나서 단군 이래 가장 황폐한 시절이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가정이 화목하면 세상 모든 일이 다 잘 풀린다던 가화만사성은 이제 뜻도 잘 안통하는 옛날 헛소리가 되었고, 가족은 뿔뿔이 흩어져 혼밥 혼술에 혼잣잠을 자는 이들이 무척이나 늘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설이라고 모처럼 찾아가 가족이 마주 앉아 몇 마디 대화를 나누다 보면, 서로를 불편하게 하는 말들만 쏟아져서 언성이 높아지고 얼굴이 붉어지기가 쉽습니다. 설은 오직 스트레스와 부당한 주부노동의 '명절증후군'으로만 기억되기도 합니다. 또 직장 사정을 묻는 것도 눈치보이고 결혼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실례가 되는 시절이 되었습니다. 그저 서로 내용 없는 주제로 딴소리만 하는 것이 설 대화의 지혜가 될 정도입니다.

이런 와중에 디지털화는 설 속에서도 진행되어, 차례상 차리기도 스마트폰에 묻고 휴일 영화도 네이버에 묻고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온 가족이 둘러앉았으나 저마다 전화기를 꺼내서 좁은 창을 들여다보며 메신저나 게임에 몰두하느라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을 유심히 들여다볼 기회도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오래 헤어져 있으면서 생겨난 서먹함과 불편함을 다 털어내지 못한 채 문득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고 다시 귀경길에 오를지도 모릅니다.


설은 한 해의 출발을 기념하고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명절입니다. 처음과 시작. 그것의 의미를 새기고자 하는 날이, 그저 성가신 통과의례처럼 되어가는 것. 곰곰이 돌이켜보면 이것이 나의 삶 혹은 우리의 삶이 피폐해지는 징후일 것입니다. 가족을 돌아보는 일, 내 주위의 사람들의 귀함을 살피는 일, 내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보는 일. 그런 일들을 생략해버린 설이란, 황량한 인간사막을 방불케 합니다.


세대간의 단절과 개인들의 파편화, 그리고 그 각각의 삶의 고단함이 만들어내는 '복합골절의 설 앓이'를 바꿔줄, 좋은 정치와 좋은 경제, 좋은 사회와 좋은 나라가 될 순 없을지요. 새해에는 그런 본질적인 문제에서 좀 더 긍정적인 진전이 있기를 원합니다. 비정상적인 설의 정상화가 필요한 때가 되었습니다. 존중과 신뢰와 배려가 서로를 기쁘게 하는 아름다운 인간관계, 신명을 서로 돋워주는 흥겨운 잔치들 같은 것 말입니다. 모두의 설이 행복해지는 것이 우리 모두의 한 해의 삶이 행복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웃음 한 톨 나올 것 같지 않은 분위기를 털고, 마음의 따뜻한 심지를 돋워 가족과 이웃을 살피고 돌아보며 행복할 준비가 되셨습니까. 행복한 설 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