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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간디'가 대통령에게 던진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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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전 오늘 타계한 함석헌 스토리

만 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마음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그 사람을 가졌는가'라는 제목의 시는 이렇게 시작한다. 나에게 '그 사람'이 있는지, 나는 누군가에게 '그 사람'이었는지 되돌아보게 하는 이 시는 종교인이자 사상가이며 재야운동가였던 함석헌 선생(1901-1989)이 썼다. 선생은 이 시를 이렇게 맺는다.


잊지 못할 이 세상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한국의 간디'가 대통령에게 던진 일침 ▲함석헌(출처: 함석헌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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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은 함석헌 선생이 세상을 떠난 지 27년이 되는 날이다. 선생이 27년 전 '잊지 못할 이 세상 놓고' 떠날 때 빙긋이 웃고 눈을 감게 했던 '그 사람'은 누구였을까.


선생의 삶을 돌아보면 아마도 그 사람은 '씨알'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선생이 쓴 씨알은 민중을 이르는 말이었다. 70년부터 선생이 펴내 '씨알의 소리'는 이 같은 씨알 사상을 담고 있는데 그는 줄곧 '생각하는 씨알이라야 산다'고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선생과 '씨알의 소리'는 당시 민주화 운동에서 선도적 역할을 했다.


선생의 씨알 사상은 1958년 사상계에 발표해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킨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부터 일관되게 이어졌다. 선생은 이 글에서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역사를 지을 수 있다"며 민중이 깨어날 것을 강조했다.


선생은 민중의 각성을 말로만 강조한 여느 식자와는 다른 '행동하는 지성'이었다. 젊은 시절에는 독립운동에 헌신하며 투옥과 석방을 되풀이했고 해방 후에는 이승만의 독재에 맞서 싸웠다. 박정희 정권이 들어선 후에도 늘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다. 사상계에 5.16에 대해 "혁명은 사람이 해야지 제복이 해서는 안 된다"며 "4.19는 믿은 것이 정의의 법칙, 너와 나의 사이에 있는 양심의 권위 도리였건만 이번에는 믿는 것이 총알과 화약"이라는 내용의 글을 쓰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비폭력을 강조해 '한국의 간디'로 불렸다.


선생이 '생각하는 씨알이라야 지을 수 있다'고 한 역사가 무엇인지는 그의 저서 '뜻으로 본 한국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 30대 초반 '성서조선'에 연재한 '성서적 입장에서 본 조선역사'를 바탕으로 한 이 책에서 선생은 한국의 역사를 '고난의 역사'로 정의한다. 그리고 고난에 좌절하거나 이를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극복해 보다 높은 차원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선생은 이 책에 "역사는 뜻 없이 끝나지 않는다. 인류의 역사에는 허다한 실패가 있다. 실패가 허다하다기보다는 잘못하는 것이 사람이다. 그러나 실패라고 하더라도 그저 실패로 그치는 실패는 아니다. 영원한 실패라는 것은 없다. 몇 번을 잘못하더라도 역사가 무의미하게 끝나지 않기 위하여 늘 다시 힘쓸 의무가 남아 있다. 다시 함이 삶이요, 역사요, 뜻이다"고 썼다.


정부가 나서 부끄러운 역사 말고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하는 시대, '생각하는 씨알이라야 산다'고 했던 선생의 사상이 절실하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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