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국민의당(가칭)이 2일 제3당으로서의 첫 발걸음을 내딛는다. 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한 채 미완(未完)의 제3당으로 출범하는 국민의당이 지지율 하락, 내부갈등 등을 극복하고 총선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낳을 수 있을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의당은 이날 오후 2시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고 공식 출범한다. 창당대회에서는 천정배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회의와의 통합을 의결하고, 안철수ㆍ천정배 의원을 공동대표로 선출할 예정이다.
앞서 천정배ㆍ박주선 의원의 합류로 의석을 17석까지 늘린 국민의당은 1995년 자유민주연합(자민련) 이후 21년만에 규모있는 제2야당이자 3당이 됐다. 특히 중도개혁을 기치로 내건 국민의당의 출범으로 정치권은 본격적인 보수ㆍ진보ㆍ중도의 3각 경쟁구도로 재편됐다.
◆미완의 제3당…교섭단체 구성실패=국민의당은 이날까지도 공언했던 국회 원내교섭단체(20석) 구성에 실패했다. 갖은 비난에도 '입법로비'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신학용 의원까지 받아들였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빠르게 안정세를 되찾아가면서 더 이상의 탈당행렬이 이어지지 않는 까닭이다.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경우 교섭단체 대표간 협의 등을 통해 국회 운영 전반에 참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쟁점법안ㆍ선거구 획정을 두고 공방을 진행 중인 여ㆍ야 사이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국민의당은 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하면서 '안철수의 정치'를 보여줄 기회를 잃은 것이다.
교섭단체 구성 실패는 '실탄(자금)' 확보에도 영향을 준다. 국민의당은 오는 15일까지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경우 87억9000만원의 경상ㆍ선거 보조금을 받지만, 실패하면 약 30억원의 보조금만 받게된다.
◆당내 갈등ㆍ노선차이 극복할까=눈앞에 둔 과제는 '공천'이다. 새정치에 합당한 공천을 하느냐가 총선에서의 성패를 좌우해서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공천티켓을 두고 안철수 의원 측근그룹, 김한길계, 호남 현역의원, 천정배 의원, 박주선 의원 등이 사활을 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천 의원은 '뉴 DJ(김대중 전 대통령)'론을 설파하며 '호남 물갈이'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국민의당 합류를 선언한 박주선 의원은 이와 관련해 "뉴DJ든 새 인물이든 반대 할 사람은 없다"면서도 "다만 경쟁력이 있어 당선이 가능하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향후 공천룰을 두고 당내 세력간 갈등이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의 노선 역시 모호한 상태다. 당을 구성하는 이들의 성향도 각기 다르다. 공동대표에 오른 천 의원의 경우 참여정부 시절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했을 정도로 진보적 색채가 짙다. 그는 국민회의 창당과정에서 중도노선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국민의당을 구성하는 대다수의 현역의원들은 '강경진보'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야권연대' 역시 갈등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안 의원은 탈당 이후 "야권연대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천 의원 등은 수도권 지역에서의 제한적 야권연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락추세인 지지율은 당장 발등의 불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25∼29일 실시한 정당지지도 조사(유권자 2532명, 응답률 5.8%, 표준오차 95% 수준에서 ±1.9%) 결과 국민의당 지지율은 13.1%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2주 전(20.7%)에 비해 7.6%포인트나 급락했다.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의 '이승만 국부(國父)' 발언의 여파, 녹취록ㆍ문자 파동 등 각종 악재가 겹쳐서다.
다만 국민의당은 이제 시작인 만큼 제대로 된 색(色)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윤여준 창당준비위원장은 이날 오전 SBS와의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람도, 조직도 없는 상황에서 (창당작업이) 힘들었지만,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라며 "한 순간에 지지율이 회복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공천과정 등이 잘 된다면 어렵지 않게 회복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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