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한 스피스 잡고, 양용은은 2009년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 격침시키고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우리가 넘버 1 킬러."
'어린왕자' 송영한(25ㆍ신한금융그룹)과 '야생마' 양용은(44)이다. 송영한은 1일 싱가포르 센토사골프장(파71ㆍ7398야드)에서 끝난 SMBC싱가포르오픈(총상금 100만 달러) 우승으로 세계랭킹 1위 조던 스피스(미국)를 잡았고, 양용은은 2009년 8월 PGA챔피언십에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격침시켜 파란을 일으켰다. 송영한의 세계랭킹은 204위, 양용은은 당시 110위였다.
먼저 송영한의 승전보다.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와 아시안(APGA)투어가 공동 주관하는 변방의 무대지만 스피스의 등판으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스피스는 총상금 보다 많은 130만 달러(15억6000만원)의 초청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당연히 스피스와 26위 안병훈(25ㆍCJ그룹)의 맞대결을 예상했다.
송영한은 그러나 둘째날 8언더파를 몰아쳐 우승의 동력을 마련했고, 대회가 악천후로 연일 파행 운영되는 어수선함 속에서도 차분함을 유지했다. 최종 4라운드 잔여경기가 하이라이트다. 2타 차 선두를 달리고 있었지만 16번홀(파4)에서 4m 거리의 만만치 않은 파 퍼트를 남긴 반면 스피스는 18번홀(파5)에서 1.5m 버디 퍼트 기회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동타가 되는 상황이었다.
스피스가 하루를 기다려 기어코 버디를 솎아냈지만 송영한 역시 우승을 견인하는 '빅 파'를 성공시켰다. 송영한은 "잠을 이룰 수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경기 중단이 오히려 도움이 됐다"며 "어제는 3라운드 잔여경기를 소화하느라 많이 지쳐 있었고, 오늘은 아침 일찍 그린에 나가 연습할 기회까지 얻었다"고 했다.
한국선수가 '넘버 1'을 제압한 출발점이 바로 양용은이다. 그것도 메이저대회다. 최종 4라운드에서 우즈와 챔피언조에서 동반플레이를 펼치면서 2언더파를 작성해 3타 차 역전우승을 완성했다. 우즈의 메이저 14승을 달성하는 동안 최종일 선두로 나서 역전패를 당한 적이 한 차례도 없던 '역전불패' 신화가 깨지면서 전 세계의 빅뉴스가 됐다.
양용은은 이에 앞서 2006년 11월 유러피언(EPGA)투어 HSBC챔피언스에서 우승할 때도 우즈를 2위로 밀어내 사실상 '천적'이 됐다. '탱크' 최경주(46ㆍSK텔레콤)는 PGA투어 통산 8승을 수확했지만 1위와의 대결은 성사되지 않았다. 2011년 5월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정상에 등극할 때는 우즈가 나왔다가 1라운드 도중 무릎 부상으로 기권해 아쉬움이 컸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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