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 속 수익성 악화 계속…인터넷은행과 경쟁 절박함 인식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금융권이 '성과주의'의 안착을 통해 체질 개선을 하겠다고 나선 것은 수익환경이 점점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비용효율성 제고를 위한 임금체계를 개편하지 않는 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한 상황 인식에서 비롯됐다. 금융권은 현재 유례없는 초저금리 기조 속에 예대마진(예금-대출 금리차) 축소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앞날도 어둡다. 핀테크(금융+IT)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전문은행 등 신금융기관의 도전으로 업권 칸막이를 벗어난 생존게임을 치열하게 펼쳐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게임에서 금융권의 생존을 확신하기 힘들다는 데 있다. 오랫동안 축적된 '보신주의·무사안일'한 문화로 활력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덩치도 비대해졌다. 실제 지난 수년간 은행원의 급여는 계속 올라갔지만 생산성은 계속 떨어졌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금융업의 평균 급여는 383만5000원(2014년말 기준)으로, 전 산업의 평균 급여 275만2000원 보다 39.4% 더 높다. 전 산업의 임금수준을 100으로 봤을때 2006년 금융산업의 임금수준이 129.7% 수준이었지만 2014년엔 139.4%로 더 높아졌다. 임금상승도 전 산업의 경우 2006년 대비 37% 상승한데 비해 금융산업은 47%로 10%포인트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평균 급여에는 정규직은 물론 비정규직 직원과 함께 은행, 카드, 보험업 등 전 금융종사자의 급여가 포함됐다.
통상 고액 연봉직종으로 꼽히는 은행원만 본다면 은행권과 전 산업의 임금 차는 더 커지게 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4년말 기준 은행원 1인당 평균 연봉은 8800만원으로, 500인이상 기업체 1인당 평균 연봉 5996만원보다 46%더 높았다. 한국금융연구원이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금융인력 기초통계 분석 및 수급전망'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금융회사 직원 중 연봉이 1억원 이상인 직원 비중도 16.6%나 됐다. 2012년 9.9%보다 6.7%포인트나 더 많아졌다.
연봉이 점프하는 동안 생산성이 뒷걸음 쳤다는 것도 문제다. 은행원의 1인당 평균 생산성은 지난 2012년 8327만원에서 지난해 6616만원으로 감소했다. 곧 본격적으로 경쟁을 펼쳐야 할 인터넷전문은행 처럼 효율성을 앞세운 핀테크발 신금융사와 비교한다면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발목에 달고 달리기 경주를 하는 것과 다름없는 셈이다. 우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은행의 수익이 저조함에도 불구하고 2009년부터 2014년의 6년동안 인건비 상승은 낮게는 20%, 높게는 50%까지 상승했다"며 임금체계 개선이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이런 현상에는 굳이 성과를 내지 않아도 연차에 따라 자연히 급여가 올라가는 호봉제가 일조했다는 게 금융권의 진단이다. 현재 민간은행의 성과제 비율은 17% 정도에 그친다. 간부급 중심으로 도입된 성과급제이지만 이 역시 최고-최하간 차등폭이 적여 호봉제와 큰 차이가 없다. 새해 벽두부터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농협은행 등에서 '특별·발탁승진'이란 명목하에 호봉이 아닌 직급을 올려 기존 성과급 틀 깨기에 나선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금융권의 성과주의 임금체계 도입 방안에 대해 금융산업 노조가 크게 저항하고 있어 결실을 장담하기 쉽지 않다. 우 선임연구원은 "단순 업무를 하는 직원과 재무컨설팅 등 직접 영업에 나서는 직원을 '투 트랙'으로 나눈 후 단순 업무를 하는 직원은 성과급 비중을 줄이고 전문성을 요구하는 직원은 성과급 비중을 높이는 방식을 고민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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