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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4·3’ 숫자로 본 이태원 살인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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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9개월 26일만에 살인 혐의 선고 받는 패터슨…미국 잠적 10년 2개월, 법무부 '007 송환작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숫자’는 사건 실체의 기억을 돕는 유용한 자료다. 사회를 뒤흔들었던 ‘이태원 살인사건’도 다양한 숫자를 남겼다. 우선 ‘1997·4·3’은 잊지 말아야 할 숫자다.


바로 1997년 4월3일, 서울 이태원 소재 패스트푸드점 화장실에서 조중필(당시 22세)씨가 살해됐다. 현장에는 아더 존 패터슨(당시 17세)과 그의 동갑내기 친구 에드워드 건 리가 있었다.

‘2016·1·29·417’도 기억해둘 숫자다. 29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부장판사 심규홍)는 417호 대법정에서 살인죄로 기소된 패터슨의 1심 재판결과를 선고한다. 에드워드는 이미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패터슨마저 무죄가 선고된다면 죽은 사람은 있고, 죽인 사람은 없는 살인사건이 될 수도 있다.


‘172·176·180’은 사건을 꼬이게 한 숫자다. 패터슨의 키는 172㎝, 조중필은 176㎝, 에드워드는 180㎝다. 시체 부검과 현장 검증 결과, 조중필씨보다 키가 크고 힘이 센 인물이 뒤에서 칼로 찔렀다는 분석이 나왔다. 키가 상대적으로 큰 에드워드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올랐고, 패터슨이 수사의 칼날을 빗겨날 수 있었던 배경이다.

‘18·9·26’은 잊지 말아야 할 숫자다. 조중필씨 어머니는 사건 이후 참담한 시간을 보냈다. 사람은 죽었는데 누가 죽였는지 모르는 황당한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 그렇게 기다린 세월이 18년 9개월 26일이다. 법원은 진짜 범인을 단죄할 수 있을까. 29일 선고는 이태원 살인사건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1997·4·3’ 숫자로 본 이태원 살인사건 이태원살인사건 패더슨/ 사진=SBS 그것이알고싶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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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고비가 있었던 이태원 살인사건, 그중에서는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 패터슨은 에드워드와 더불어 유력한 살인 용의자였다. 그런데 김포공항을 통해 한국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1999년 8월24일 벌어진 일이다.


그러한 결과가 나오게 된 배경이 더 황당하다. 당시 담당 검사는 3개월씩 연장하며 패터슨 출국정지 조치를 이어갔다. 그런데 검사의 동료 직원이 유흥업소 단속 과정에서 업주로부터 돈을 받아 구속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충격에 빠진 검사는 그 사건으로 경황이 없었고, 패터슨 출국정지 연장 조치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출국정지 기간이 만료된 8월23일이 3일 지난 8월26일 뒤늦게 출국정지 조처를 했다. 하지만 패터슨은 이미 한국을 떠난 뒤였다.


이제 기억해야 할 숫자는 ‘10·2’이다. 패터슨은 미국으로 떠난 뒤 잠적했다. 법무부는 그를 찾고자 다양한 노력을 이어갔다. 그 노력이 실패로 끝났다면 이태원 살인사건은 영원한 미제(未濟)가 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법무부는 패터슨 소재를 파악했다. 바로 그때가 2009년 10월이다. 패터슨이 한국을 떠난 지 10년하고 2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2015·9·23’도 국민에게 각인된 숫자다. 2015년 9월23일은 ‘이태원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패터슨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송환된 날이다.


법무부는 “구천을 떠도는 피해자의 외로운 넋을 조금이나마 위로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미국 당국을 설득하고 송환 절차를 앞당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1997·4·3’ 숫자로 본 이태원 살인사건 뉴스룸 이태원 살인사건 / 사진=JTBC 뉴스룸 방송 화면 캡처


패터슨이 한국에 돌아왔다고 이태원 살인사건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최대 관심사는 결국 누가 진짜 범인인가다. 바로 그 지점에서 기억해야 할 숫자는 ‘2·171’이다. 이태원 살인사건이 벌어진 직후 패터슨은 미8군 영내로 돌아가 친구들과 만났다.


친구가 “누가 그런 짓을 했느냐”고 묻자 패터슨은 “내가 한국 남자의 몸을 칼로 찔렀다”고 말했다. 그러한 진술은 검찰수사기록 2권 171쪽에 담겨 있다. 과거 수사기록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는 결국 재판부 몫이다.


한국 사회를 분노와 안타까움으로 몰고 갔던 이태원 살인 사건은 분수령을 맞이했다. 29일 1심 법원 판결 이후 상황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으로 기억할만한 숫자는 ‘2015·11·4’이다. 2015년 11월4일 패터슨은 한국에 송환된 이후 첫 번째 공판에 참여했다. 그 자리에는 에드워드는 물론 조중필씨 어머니도 참석했다.


당시 재판에서 참담한 기분을 감추지 못했던 조씨 어머니는 이런 얘기를 남겼다.


“서로 미루고 안 죽였다고 하는 걸 듣다 보니 18년 전 재판과 똑같다. 양심이 있다면 ‘내가 죽였다’하고 사죄를 해야지 쟤들은 인간의 탈만 쓴 사람들이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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