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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식탁 위의 세상…"나는 어디에서 먹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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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코코아, 바나나, 바닷가재…소비 늘수록 생산자가 가난해지는 불편한 진실

[책] 식탁 위의 세상…"나는 어디에서 먹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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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우리는 아침 식사를 끝마치기도 전에 지구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습니다."


1967년, 마틴 루터 킹은 우주의 상호연결성을 역설했다. 사실일까? 냉장고 문을 열어보자. 240㎖들이 야채 주스가 눈에 띈다. 미국산 적양배추, 칠레산 사과, 스페인산 오렌지가 들었다. 올리브유는 스페인 안달루시아산이다. 머스타드 소스 속 겨자는 캐나다산이고 건조된 블루베리는 미국산, 고형 카레는 일본산이다. 상표가 뜯겨 잘 모르겠지만 배추김치는 중국산일 가능성이 크다. 내 원룸의 작은 냉장고에 온 세계가 들어 있다.

책 '식탁 위의 세상'을 쓴 켈시 티머먼(Kelsey Timmermanㆍ37)은 2009년 미국 농무부가 원산지 표시제를 시행한 뒤 문득 궁금해졌다. 왜 사과 주스 한 병에 네 대륙의 사과가 들어가는 걸까? 식품의 세계화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 걸까? 우리의 식탁은 왜, 어떻게, 그리고 누가 아웃소싱을 하고 있는가? 나는 어디에서 먹는가? 책은 이러한 물음에서 시작한다.


책의 발단이 원산지 표시제라면 기폭제는 스타벅스였다. 티머먼은 아침마다 마시는 콜롬비아 로스트가 어디에서 재배되는지 스타벅스에 물었다. "독점 정보라서 알려줄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자신의 커피를 생산하는 사람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콜롬비아로 갔다.

"나는 장엄한 안데스 산맥 꼭대기의 고산지대, 언제라도 폭발할 것 같은 험준한 화산지대에서 커피나무에 올라앉아 필사적으로 매달린다. 이 흔들리는 나무 한 그루만이 산비탈 저 아래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지지 않도록 해준다."


티머먼은 노동자가 돼 커피 열매를 따며 동료들을 지켜봤다. 그중 한 명인 펠리페는 가파른 산비탈에 올라가 열매를 하나하나 보살피고 원두를 따 건조하면서 일주일에 40시간 일한다. 그는 그 대가로 1㎏당 3000원을 받는다. 소비자 가격의 10%다. 커피나무는 심은 지 2~4년이 지나면 꽃을 피우고 아라비카의 경우 6~9개월, 로부스타의 경우 9~11개월 뒤 열매를 수확할 수 있다.


세계는 커피를 더 많이 마시지만 커피 열매를 따는 노동자들의 형편이 좋아지지는 않는다. 커피를 재배하는 나라는 1991년 수익의 40%를 가져갔는데 2012년에는 10%밖에 챙기지 못했다. 소비자는 커피에 돈을 더 많이 쓰는데 생산자는 오히려 적게 버는 역설이다. 중간에 있는 '누군가'가 양쪽으로부터 돈을 챙기고 있다.


그 '누군가'가 세계 최대 커피 체인점인 '스타벅스'라고 지목될 때마다, 이 회사는 'C.A.F.E. 프랙티스 인증'을 내민다. 스타벅스의 자체 인증으로 '소비자가 이 커피를 살 때마다 생산자에게 추가적인 프리미엄이 지급된다'는 게 주요 홍보 문구다. 스타벅스는 "좋은 커피가 좋은 일을 한다"고 하지만 생산자들이 그 '좋음'을 느끼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국제보존협회는 2011년 현장 보고서에서 "(이 인증에) 참여한 농가와 참여하지 않은 농가의 상품 판매가는 큰 차이가 없다"고 언급했다.


티머먼의 다음 행선지는 서아프리카 대륙의 코트디부아르와 가나. 미국 최대의 초콜릿 제조업체인 '허쉬'가 카카오를 수입하는 지역이다. 그는 코트디부아르의 한 카카오 농장에서 넉 달간 일한 스무살 노동자 솔로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솔로는 '일 년만 일하면 300달러를 벌게 해준다'는 한 여자의 말에 속아 이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먹을 것을 주지 않고, 강제로 일을 시키고 성추행을 했다. 돈도 받지 못했다. 깊은 숲 속에 있는 농장에서 벗어날 방법도 없었다.


노예나 다름없는 솔로의 삶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허쉬 마을의 현실과 너무나도 다르다. 허쉬 호텔에서는 고객이 초콜릿 욕조에서 목욕을 할 수 있고 코코아 마사지도 받을 수 있다. 두 시간짜리 초콜릿 스파 패키지는 약 92만원으로, 서아프리카 카카오 노동자들의 일 년 소득보다 높다.


티머먼은 중남미의 코스타리카에 있는 바나나 농장과 니카라과의 바닷가재를 잡는 해변에서 목숨을 내걸고 일하는 노동자들도 만났다. 바나나 농장 노동자들은 하늘에서 뿌리는 살충제에 노출돼 신장병이나 불임에 걸렸다. 살충제가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지만 노동자들은 일을 멈출 수 없었다.


20년 넘게 바나나를 딴 후안은 세상에서 가장 큰 바나나 다발을 짊어지고는 "애들 때문에 이 짓을 그만두지 못해요. 달리 방법이 없으니까요"라고 했다. 영국의 비영리재단 바나나링크에 따르면 바나나 노동자가 받는 수익은 소매가의 1.5%에 불과하다. 슈퍼마켓이 41%, 수출업체가 28%, 농장 소유주가 10%를 가져간다.


니카라과에서 바닷가재를 잡는 사람은 대부분 미스키토족이다. 그들은 훈련도 받지 않고 공기통 하나를 달랑 메고 심해로 들어간다. 잔압계가 없어 공기가 바닥나는 순간까지 잠수를 하다 황급히 수면 위로 올라오는데 이들은 잠수병과 과팽창 증세를 달고 산다. 그럼에도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나나 노동자들과 같다. 노동자 헤수스의 아내는 "슬퍼요. 하지만 제가 뭘 어쩌겠어요. 가진 게 쥐뿔도 없는데. 신에게 빌 수밖에"라고 했다.


커피, 카카오, 바나나, 바닷가재 노동자들의 삶은 어둠 뿐이다. 그러나 티머먼은 "엉망진창인 세상에도 소금이 있다"고 한다. 식량 투기로 큰돈을 버는 투자자들과 달리 원자재 펀드에서 농산물을 제외한 유럽의 은행들, 더 나은 세상을 만들 기회와 책임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확신하는 외식업체 CEO, 연간 1조원이 넘는 식품 구입비를 지역 농산물을 사는 데 쓰는 학생들과 급식업체, 한 세기 만에 75%나 사라진 농작물의 유전자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해 싸우는 연구자들, 지역 농부들에게 판로를 열어주기 위해 소매점을 차린 상인들이 바로 이 소금이다.


티머먼은 "이 생생한 음식 탐험을 통해 커피 머신을 누를 때마다, 바나나를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초콜릿의 은박지를 벗길 때마다 노동자들을 떠올렸으면 한다"고 썼다.


<켈시 티머먼 지음/문희경 옮김/부키/1만6500원>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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