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사이언스 포럼]한국 과학기술에 필요한 공감형 리더십

시계아이콘01분 37초 소요

[사이언스 포럼]한국 과학기술에 필요한 공감형 리더십 홍성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AD

한국 과학기술 50년이다. 현대적인 조직과 제도를 갖춘 과학기술이 196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의 설립에서 시작되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의 압축 성장만큼 과학기술 50년의 발전은 놀랍다. 우리나라 연구개발비 총액은 1970년 105억 원에서 2014년 63조 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연구자 수는 1만 명에서 43만 명 규모로 성장했다.


한국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성공 요인의 하나로 과학기술 리더십이 꼽힌다. 발전 초기(1960~1970년대)에는 대통령의 과학기술 리더십이 중요했다. 가난한 나라가 제한된 국가 자원을 과학기술에 배분하는 것은 최고 통치자의 결단에 의존한다. 그런 점에서 박정희 대통령의 과학기술 리더십은 높은 역사적 평가를 받는다.

성장기(1980~1990년대)에는 과학기술 행정가의 리더십이 주목을 받았다. 연구 사업이나 과제, 조직, 인프라 등 과학기술 활동의 자원을 확보하는 행정 역량이 필요했던 것이다. 성숙기(2000년대 이후)에는 조정형 과학기술 리더십이 부상했다. 과학기술 규모가 성장하면서 이해관계 조정 및 늘어나는 연구개발 자원의 적정한 배분 문제를 풀어야 했다.


2016년은 지난 50년을 성찰하며 한국 과학기술의 새로운 항해를 도모해야 할 시점이다. 과학기술에 대한 위기론이 심심치 않기 때문이다. 위기론의 핵심은 세 가지다. 하나는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 대비 성과에 대한 회의론이다. 둘째는 과학기술이 국내적 시스템에 안주해 국제적으로 고립된다는 우려다. 셋째는 추격형 성장 이후 대안의 부재다. 지난 수년간 과학기술 위기론이 축적됐으며 정부의 어떠한 시도도 이러한 위기론을 완화하거나 해소하지 못했다.

과학기술 50년의 역사를 통해 세 가지 위기론을 관통하는 구조적 모순을 볼 수 있다. 그것은 거대해진 과학기술 시스템이 자율성을 가지려는 속성과 정치의 영향이 시스템의 미시적 단위까지 개입하려는 속성 간의 충돌이다.


이러한 모순은 과학기술과 정치의 굳건한 관계를 만들고 유지해 온 과학기술 리더십 50년 성과의 이면에 내재한다. 한국 과학기술 리더십은 과학기술에 대한 정치적 지원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발휘됐다. 과제가 없을 때 과제를 만들고 장비가 없는 곳에 구매 자금을 끌어 오는 리더가 필요했던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에 대한 친화력이 과학기술 리더십의 핵심 요건으로 선택되었고, 대신 행정의 관리감독 영역이 시스템의 말단까지 미치게 됐다. 정치와 과학기술의 우호적 관계가 과학기술의 성장을 만들었지만, 그 이면에서 과학기술에 대한 정치의 지나친 영향이 남았던 것이다. 그 결과 한국 과학기술은 시스템의 활력이 떨어지고 국내 정치의 영향권에 머물며 자기실현적 발전을 추구하지 못하는 위기에 봉착한다.


한국 과학기술의 위기를 돌파할 새로운 리더십은 어떠해야 하는가? 과학기술에 대한 위기론은 새로운 리더십의 요건으로서 과학기술 시스템의 자율성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필요함을 암시한다. 시스템의 자율성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최고의 성과가 나오기도 하고 변화에 대한 저항과 같이 자기조직화의 함정에 빠지기도 한다.


자율성을 중시하는 시스템의 행위자들은 지시보다는 동기부여에 따라 움직이며, 위계적 조직보다는 수평적 팀워크에서 창의력을 발휘한다. 시스템의 자율성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활동에 대한 심층적 이해, 광범위하게 신뢰를 구축하고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헌신적인 소통 노력, 과학기술자들에게 동기를 부여할 비전의 발명 능력, 한마디로 시스템을 움직일 공감형 리더십이 필요하다.


요컨대 한국 과학기술의 새로운 항해는 공감형 리더에 의해 운항되어야 한다. 공감형 리더가 가장 먼저 할 일이 있다. 그것은 과학기술과 정치의 관계를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맞게 재설정하는 일이다.


홍성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