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시-유가 동조화 26년만에 가장 강해…위험회피 성향 극대화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국제유가 급락세가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의 팔자세를 키우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5% 넘게 하락하면서 투자심리도 덩달아 위축됐다. 이에 따라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지수가 1.56% 떨어지는 등 미국과 유럽 증시도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말부터 국제유가와 미 증시간 뚜렷한 동조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는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S&P500 지수와 유가 사이의 연관성을 수치화한 상관계수는 이달 들어 0.97로 지난 1990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 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유가와 증시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뜻한다. 반대로 -1에 가까울수록 양자간 연관성이 떨어진다.
최근 들어 유가 급락세가 증시 팔자세로 직결되는 이유는 뭘까. 이는 소비 증진 등 저유가가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줄어드는 반면 유가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수요 부진, 공급 과잉이 세계 경기침체의 척도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유가가 내릴수록 증시는 오히려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에는 상관계수가 0.8까지 오르는 등 지금과 비슷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유가 하락에 따른 물가 하락과 경기둔화라는 부정적인 측면을 더 크게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일례로 저유가의 대표적인 수혜자인 항공주는 미 증시에서 올해 들어 지금까지 9% 급락했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 하락률(4.9%)을 크게 웃돈다. 미국인들의 소비증감을 보여주는 지난달 소매판매는 오히려 전월보다 더 줄었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유가가 떨어질수록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심리가 높아지면서 주식 선호도는 약화되는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특히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미국의 치킨게임에 따른 공급과잉 측면에서 저유가를 해석했지만 이제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부진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모든 전문가들이 글로벌 경기침체를 점치고 있지는 않지만 저유가 장기화는 세계 경제의 성장이 상당기간 부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향후에도 유가는 글로벌 증시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캐나다 투자은행 RBC 캐피털 마케츠의 조나단 골럽 수석 주식 전략가는 "원유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관련 뉴스가 계속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한 유가는 증시의 방향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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