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20일부터 계열사 업무보고 못받아
롯데 측 "제3자 배석 없는 보고 요구했으나 거절"
신동빈 회장, 주요 현안 직접 챙기며 '원리더' 굳히기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주요 계열사 대표들로부터 사업보고를 받지 못하며 고립되는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다. 차남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주도로 호텔롯데의 상장 등 그룹의 주요 현안이 진행되면서 롯데는 오히려 '원 리더'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26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격호 총괄회장은 지난해 10월20일부터 롯데쇼핑, 롯데물산 등 주요 계열사 대표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지 않고 있다. 신 총괄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배제된 것은 오는 27일이면 100일이 된다. 신 총괄회장 측은 각 계열사의 현안을 서면 및 구두 형식으로 보고할 것을 요구하는 데 이어 이를 거부한 롯데쇼핑, 호텔롯데 , 롯데물산, 롯데제과, 롯데건설, 롯데칠성음료, 롯데알미늄 등 7개 계열사 대표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한 상태다.
롯데그룹 측은 신 총괄회장 이외의 제3자가 배석하지 않는 조건으로 업무보고를 시도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를 총괄회장 및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측이 거부한 데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상장사의 경우 주주 모두에게 동일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원칙이며, 특정 주주(신동주 전 부회장 등)만 배석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고 강조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특정 주주나 제3자가 배석하지 않거나 방해를 받지 않는 상황을 조건으로 지속적으로 업부보고를 시도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외부인들이 여전히 배석하고 있어 성사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공석은 신동빈 회장으로 완전히 대체되는 분위기다. 연초에는 신 총괄회장을 대신해 롯데그룹 창립 이래 처음으로 신동빈 회장의 이름으로 신년사가 발표됐다. 당시 신 회장은 지난해 경영권 분쟁을 의식한 듯 임직원들에게 경영투명성 확보와 준법경영을 거듭 강조하며 자기반성과 변화, 혁신을 주문하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 핵심 과제인 호텔롯데 상장 역시 신동빈 회장의 주도로 속도를 내고 있다. 신 회장은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해 올해 상반기를 목표로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중이며,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결과는 이르면 이번 주 중에 나올 예정이다.
앞서 신동주 전 부회장은 호텔롯데의 회계장부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취지의 호텔롯데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하기도 했다. 호텔롯데의 해외 사업이나 면세 사업과 관련한 과다·부당지출 내역을 확인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사실상 상장을 앞둔 호텔롯데와 이를 주도하는 신 회장 '흔들기'에 나선 셈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호텔롯데의 상장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상대방 측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검토하는 것이라고 본다"면서 "특히 현재 롯데그룹의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사안이며, 대국민 약속인 만큼 변동 없이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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