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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애플제품처럼 만든 영화 <스티브 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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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본 감상꿀팁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영화가 끝나고 엔딩 자막이 나왔을 때, 마치 이제야 스토리가 시작되는 듯한 착각이 일어났다. 숨 가쁘게 지나간 시간을 말하는 것이겠지만, 정교한 구성과 감정 및 성격을 교직하는 속사포 대사들이, 빈틈없는 애플제품의 '완성태'를 닮아 초기의 설렘과 긴장을 끝까지 유지시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21일 오늘 개봉한 이 영화를 더욱 맛있게 누릴 수 있는 '꿀팁'을 키워드별로 정리해본다.


마치 애플제품처럼 만든 영화 <스티브 잡스> 잡스의 딸 '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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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사 잡스 = 2011년 10월 5일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뜬 뒤, 할리우드는 그를 호출할 기회를 노렸다. 2년 뒤인 2013년에 나온 영화 '잡스'는, 전기(傳記)에 충실한 나머지 그의 영혼이 빠져버린 공허한 잡스를 우리에게 데려왔다. 다시 3년 뒤인 오늘 개봉한 '스티브 잡스'는 1984년에서 1998년까지 초반기의 잡스를 핀셋으로 집어올렸다. 그의 첫딸 '리사'와의 관계가 이야기를 밀어가는 힘이다. 부성애 코드를 택한 것은, 천재이긴 하나 '위인(偉人)'이기는 어렵게 느껴지는 괴팍하고 차갑고 공격적인 잡스의 이미지에 대한 일종의 반격이다. 1983년 발표한 컴퓨터 리사(LISA)가 친딸 이름을 딴 것이라는 개연성 있는 상상력을 발휘해 실감을 높였다. 친자 확인 결과가 나왔는데도 "미국 남성 28%가 친부일 가능성이 있다"는 말로, 자신의 딸임을 냉혹하게 부정했던 그가, 어떻게 부정(父情)을 내보이는지는 직접 즐기기 바란다.

잡스에 관하여, 대니 보일 감독은 이런 말을 한다.


"그가 의미를 두는 자식이란, 어쩌면 생물학적인 존재라기보다 기계 그 자체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리사가 자신이 막 발명한 매킨토시를 이용해 추상화를 그리는 모습에서 어쩌면 그는 자신이 평소에 믿고 있었던, 누구나 편하게 조작할 수 있는 기계의 실현을 확신한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런 장면은 잡스 전기에는 나오지 않는 '상상의 일화'이다.

* 잡스 철학으로 만든 영화 = 영화 상영시간은 122분. 그것들은 40분씩 세 개의 시간으로 나뉘어 있다. 마크 저커버그를 다룬 '소셜 네트워크'의 시나리오를 썼던 에런 소킨이 월터 아이작슨의 방대한 전기 '스티브 잡스' 중에서 딱 세 개의 무대를 가져왔다. 1984년 매킨토시 론칭 프리젠테이션이 시작되기까지의 40분, 1988년 넥스트 규브 론칭 이벤트 때의 40분, 1998년 아이맥 론칭 행사가 진행되기까지의 40분이다. 도입부와 엔딩 자막이 올라가는 2분을 얇은 에지처럼 둘렀을 뿐이다. 1984년은 16밀리 카메라를 사용해 입자를 거칠게 표현했고 신시사이저 연주로 시대를 드러냈다. 1988년은 상업영화용 35밀리 카메라로 찍었고 교향악이 흐른다. 1998년은 디카로 찍었고 음악은 미니멀로 활용한 배경음악이다. 대중은 매번 프리젠테이션에 앞서 박수와 발구르기로 선동적인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잡스는 최고의 완전한 공연을 준비하는 슈퍼스타를 뺨친다. 이 정교한 구성미가 스스로 잡스의 영혼을 불러내는 듯 하다.


마치 애플제품처럼 만든 영화 <스티브 잡스>



* 마이클 패스벤더의 잡스 = 원래 물망에 올랐던 사람은 크리스천 베일이었다고 한다. 용모만 보자면 움푹 파인 지적인 눈과 고집스런 턱선이 훨씬 더 '잡스'스러울 것 같다. 마이클 패스벤더는 잡스를 닮지 않았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그의 연기를 통해 잡스의 영혼을 뿜어낸다는 점이다. "패스벤더는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지만 촬영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매우 강경한 완벽주의자로 변했다. 외형이 닮은 것이 아니라 그의 태도가 잡스라는 인물로 좀 더 다가가 있다." 감독의 이 말이 실감난다. 프리젠테이션에서 '헬로'라는 한 마디를 넣기 위해 주위의 수많은 반대를 물리치고 자기의 주장을 고집하는 독선적 천재의 귀에는 "이유 없이 자꾸 적을 만들면 '헬로'(안녕)라고 말할 사람이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는 조안나 호프만(케이트 윈슬렛)의 말이 들어올 리 없다. 잡스와 호프만의 끝없는 긴장감의 대화는 인간의 감정을 서사로 처리해내는 영화의 백미에 해당된다 할 수 있다.


나 또한 잡스의 죽음을 편집하면서 '불멸(不滅)'이란 제목을 달았던 편집자였고, 그의 비전과 맹렬한 추진력을 사모하여 벽에다 그를 붙여놓고 자주 들여다 보는 '잡스키드'라 할 수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은, 좌충우돌과 독선과 무모함이 시대-세상과 엄청난 불화를 빚어냈지만, 그래도 그의 '새로움'과 '도전'과 '신념'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의 열광과 갈채가 있었기에 신화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의 파격을 포용해주고 인정해주며 프리젠테이션을 축제처럼 만들어준 마니아들의 힘이 잡스를 만들어낼 수 있었으리라. 천재 스티브 워즈니악과의 관계, 애플 초창기 경영자 존 스컬리와의 애증, 매킨토시 개발자인 앤디 허츠펠드를 죽도록 몰아친 기술적 요구들. 그 모든 것들이 잡스의 '예술적 기술'의 질료가 되었다.


* 밥 딜런 코드 = 잡스는 가수 밥 딜런을 우상처럼 여긴 사람이다. 그에게서 많은 영감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는 딜런의 반골기질의 잡스식 '번역'이 아닐까 싶다. 애플 초창기 잡스는 1960년대 딜런 음악 해적판을 수집하는 마니아였다. 스티브 워즈니악과 죽이 잘 맞았던 것도 '딜런빠'였던 공통점 때문이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딜런의 가사들은 창조적 사고를 불러내는 주문이었다."1984년 매킨토시를 발표할 때 잡스는 연설 첫 머리에 딜런의 노래 '시대가 바뀌고 있다'의 둘째 행을 인용했다. "주술가와 비평가들은 오라. 펜으로 예언하는 사람들. 눈을 크게 뜨고 보라.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바퀴는 여전히 돌아간다. 그리고 예측할 수 없다. 누구의 이름을 부를지. 오늘의 패자는 내일의 승자가 될 것. 세상이 변하기 때문에." 잡스는 로큰롤을 혁신한 에너지와 창의력을 자신의 기술적 도전으로 진화시켰음을 고백한 적도 있다. 보일 감독은 딜런의 노래를 영화에 삽입시켰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고 있다'를 쓰려하다가 다른 것으로 바꿨다. 그 이유는 영화를 보면서 찾아내는 게 좋을 것이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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