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국민의당 행(行)을 놓고 고심하던 박영선(56)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끝내 잔류를 선언했다. 수도권에서 대중적 인지도와 영향력을 갖춘 박 전 원내대표의 잔류선언으로 더민주의 내홍사태가 일단락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현재의 자리에 남아 오랫동안 몸과 마음을 다해 온 경제정의, 사회정의를 위한 일에 집중하겠다"며 "우리 당의 혁신에도 더욱 노력하고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박 전 원내대표는 그동안 문재인 대표 등 친노(親盧) 진영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지난 2014년 7·30 재보궐선거 이후 탄생한 '박영선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세월호 특별법을 둔 친노세력과의 갈등으로 조기에 붕괴되면서부터다. 이에 박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안철수 국민의당(가칭) 인재영입위원장의 탈당 이후 신당행을 검토해 왔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흔들리는 배 위에서 활을 쏘아야 했던 2014년 여름, 참 많이 울었다"며 "그 때 당이 변화를 수용했더라면 지금의 분열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은 남는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최근 문 대표가 김종인(76) 선거대책위원장을 영입한데 이어 사퇴를 공식화 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박 전 원내대표의 '새 경제'와 맞닿아 있는 '경제민주화'의 상징인 김 위원장이 등판하고, 문 대표가 사퇴를 선언하면서 운신의 폭이 넓어진 까닭이다.
박 전 원내대표는 "작년 가을부터 야당의 새 길은 중산층 복원, 불평등 해소, 독점사회 타파를 통해 기회의 나라, 정의롭고 공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있다고 절감했다"며 "이제 국민적 갈망이 담긴 경제민주화의 길, 그 실천가능성이 더불어민주당에 찾아왔다"고 말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향후 당의 전권을 쥐고 총선을 지휘할 '김종인 선대위'에서 중책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박 전 원내대표의 잔류 선언으로 더민주의 내홍은 일단락 될 전망이다. 그동 탈당 가능성이 점쳐졌던 김영록·박혜자·이개호 의원 등 호남 현역의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 흔들렸던 수도권 현역의원들도 안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 의원은 그동안 더민주 분당사태의 균형추로 여겨졌다. 박 의원이 탈당할 경우 수도권 역시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았었다.
반면 박 전 원내대표를 영입하기 위해 공을 들여온 국민의당은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박 전 원내대표의 합류를 기점으로 수도권으로 북상(北上) 하려던 계획이 좌초된데다, 박 전 원내대표와 친분이 두터운 정운찬(69) 전 국무총리의 영입도 불투명해 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