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일 롯데건설 CM사업부 책임, 청진기 한번 대면 줄줄이
BIM기술 적용 성공으로 세계3대 인명사전 등재
아웃리거·바닥공사 25억 절약, 3개월 기간 단축
기업과 산업의 발전을 견인하는 주체이자 지렛대가 바로 '핵심 브레인'이다. 그들은 전문성과 창의력으로 닥친 난관을 돌파하고 미래를 대비한다. 그 역할과 존재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경영진은 이런 인재를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지원한다. 건설산업의 핵심 브레인을 차례로 만나본다.<편집자주>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베트남 하노이, 건축공사가 진행되다 중단된 건물이 있었다. 롯데그룹은 대우자동차판매가 시작했던 프로젝트를 그대로 인수해 롯데그룹의 하노이 전진기지를 만들기로 했다. 바통을 이어받은 롯데는 지난 2014년 9월 지하 5층, 지상 65층짜리 건물을 완공시켰다. 그런데 중단됐던 건물의 설계를 그대로 이어받아 시공할 수 없는 것이 문제였다. 건물의 외양 등을 과거와 모두 바꾼 탓에 구조와 디자인을 달리 해야 했고, 이로인해 자재 조달계획이나 비용 추계도 다시 해야 했다. 그룹 차원의 요구에 따라 상황은 다급했다.
이때 해결사 역할을 수행한 주인공이 이승일 롯데건설 CM사업부 책임이다. 그는 건설공사 초기에 완공 후 모습을 그리면서 관련 사업비까지 산출해내는 능력을 가진 전문가다. 빌딩정보모델링(BIM) 분야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BIM이란 기존의 2차원 설계와는 전혀 다른 3차원 설계기법이면서 단계별 자재 물량 산출과 비용 추계가 가능한 혁신적 방법이다.
그는 여러 3차원 설계안을 제시하고 재료 하나하나마다 각종 정보를 담아 공사비와 공사기간을 산출해냈다. "그동안 학술적인 도구로만 사용됐던 기술을 실제 초고층 프로젝트에 적용한 것은 거의 최초였습니다. 여러가지 안 중 각각의 공사비와 공사기간 등을 따져보고 최적 시스템을 미리 찾아낼 수 있었지요." 롯데건설은 덕분에 아웃리거와 바닥공사에서만 25억원의 공사비를 절감했고, 3개월의 공사기간을 앞당길 수 있었다.
이 책임은 이 기술로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인 '마르퀴즈 후즈후' 최신판에 이름을 올리면서 유명인사가 됐다. 다수의 논문이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에 등재됐고 이것이 인정받은 것. 이중에서도 'BIM기반 최적설계'와 관련된 논문은 롯데센터 하노이에 적용되면서 세계 각 대학의 논문에서 인용됐다. 이 기술은 제2롯데월드 정밀 시공에도 활용됐다.
이 책임은 'BIM기반 최적설계'가 건축과 IT의 융합이라는 데 의의를 뒀다. 실무와 박사과정을 동반하던 중 건설업의 생산성이 여전히 낙후된 데서 이 기술을 주목했다. 타 업종이 각종 협동과 융합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와중에 건설업은 그렇지 못해왔다는 평가에서다. 그는 "제조업이 30년 동안 1인당 생산성을 2배로 늘렸지만 건설업은 오히려 후퇴한 측면이 있다"며 "협업도구로 적합한 게 BIM이라고 생각해 한국에 이 기술이 들어오자마자 제일 먼저 연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건축주와의 의사소통의 도구로도 큰 장점이 있다. 비전문가인 건축주 입장에서는 2차원의 도면으로 완공 뒤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게다가 큰 뼈대를 만드는 초기 설계 단계에서 다양한 설계안을 3차원으로 제시하고 공사비, 공사기간, 시공성 등을 선정하게 하는 데도 탁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책임은 향후 대형ㆍ초고층 뿐 아니라 토목과 플랜트 공사는 물론 주택에서도 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일반 고객들과 접점이 많은 주택에서는 견본주택에 방문하기 전 스마트폰앱을 활용해 미리 집을 구경해 볼 수 있다. 일종의 '가상현실'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롯데건설은 향후 수행되는 각종 프로젝트에도 이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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