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지만, 우리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중국 주가가 세 차례나 폭락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주가를 짓눌렀고,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에 대한 우려로 신흥국들을 중심으로 환율이 상승하고 있다. 반면 안전자산으로 간주되는 국채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 금리가 떨어지는 등 연초 금융시장은 한국경제에 분명한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대통령은 위기를 우려해 경제활성화, 구조조정, 노동개혁 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있지만, 야당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우리경제는 또 다시 위기를 맞이할 것인가? 먼저 거시지표를 살펴보자. 성장률의 경우 작년 2.6%로 추정되는데 예상대로 올해 2% 후반 수준을 기록한다면 아주 나쁘지는 않다. 청년실업이 심각하지만 3.5% 내외의 실업률이 높다고 볼 수는 없다. 소비자물가도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하면 2% 수준으로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다. 경상수지는 위기가 우려되는 신흥국들과 달리 작년에 이어 올해도 1000억달러 규모의 흑자가 예상될 정도로 양호하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가장 큰 문제는 수출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2015년 통관 수출금액은 전년대비 8.0% 줄어들었다. 우리 수출액이 감소했던 해는 2012년(-1.3%), 2009년(-13.9%), 2001년(-12.7%), 1998년(-2.8%) 등이었는데, 2012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경제위기와 직간접적인 관련이 있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즉,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00년 IT 버블 붕괴, 1997~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와 외환위기가 자리하고 있었다.
물론 과거의 위기와 현재의 상황은 대내외 원인, 취약 분야, 파급 범위 등에 있어서 판이하게 다르다. 적어도 다가올 위기가 반복적으로 우리 경제를 괴롭혔던 대외건전성 문제는 아닐 것이라는 예상은 가능하다. 신흥국 불안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 외환보유고, 대외채무의 규모와 구조, 대외신인도 등 여러 가지 지표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외환위기의 재현 가능성은 매우 낮다. 대외가 아니라면 대내적으로 가계 부채와 기업 부실이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가계부채의 경우 문제인 것은 분명하지만 위험의 편재성과 금융회사 대규모 부실 가능성 등의 측면에서 볼 때 현실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 따라서 위기가 발생한다면 그 지점은 기업부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취약한 기업 부문은 어디인가? 단지 부채비율이 높고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기업들이 문제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문제라면 또는 장기적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면, 금융 지원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매출 현황과 전망이다.
최근까지의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서비스업보다는 제조업이 부진하고, 제조업 매출의 경우 내수보다는 수출 쪽이 문제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달러액 기준 수출 감소의 64%는 석유제품(-36.6%) 및 석유화학(-21.4%)으로 설명된다. 즉, 저유가에 따른 이들 제품의 단가 하락이 가장 큰 몫을 차지한다. 이외에 감소율이 높았던 품목들은 휴대폰, 가전, 철강제품, LCD 등이었다. 국가별로는 CIS, 일본, 중남미, 중동, 아세안 등의 순서로 감소율이 높았는데, 이는 환율 요인을 제외하고는 자원수출 신흥국 등의 부진이 크게 작용했음을 의미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에는 수출액이 소폭이나마(2.1%)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한ㆍ중 자유무역협정을 적극 활용하는 등의 대책도 내놓았다. 작년 전체 수출액이 8.0% 줄어드는 와중에, 가장 큰 비중(26.0%)을 차지하는 대중 수출액은 5.6% 감소에 그쳤다. 하지만, 중국의 내수 위주 성장 전략 전환은 이제 막 시작되었고 이는 구조적인 변화이다. 작년은 원자재와 이를 수출하는 신흥국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고, 우리경제는 그 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던 셈이다. 올해는 거기에 더해 중국에 중간재를 주로 수출해 온 한국경제가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일 것이다. 우리가 산업구조적인 대응을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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