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연초 이후 폭락을 거듭하고 있는 뉴욕 증시가 중요한 분기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S&P500 지수가 지난해 8월 저점 수준까지 밀린 것이다. S&P500 지수는 지난해 8월 중국의 사상최대폭 위안화 평가절하 충격에 연저점을 기록한 바 있다. 그리고 9월 말에는 연저점을 지켜내며 10월 급반등을 시현했다.
S&P500 지수가 다시 한번 지난해 저점을 지켜내며 반등할지 아니면 이대로 무너질 것인지 중요한 분기점에 다다른 셈이다. 미국 어닝시즌이 개막했지만 정작 투자자들의 시선은 외부로 향하고 있다. 특히 이번주에는 중국의 4분기 경제성장률에 월가가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는 30달러선마저 무너져 불안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중국 증시와 국제유가 동반 폭락이 지속되면서 지난주 뉴욕증시는 3주 연속 급락 흐름을 이어갔다. 다우와 S&P500 지수는 각각 2.19%, 2.17% 밀렸다. 나스닥 지수는 3.34% 급락해 2014년 10월 이후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중소형 지수인 러셀2000은 3.68% 크게 밀렸다. 러셀2000 지수는 지난해 6월 기록했던 사상최고치에 비해 22% 밀려난 상태다. 뉴욕증시는 이번주 나흘간만 거래가 이뤄진다. 18일에는 마틴 루터 킹 데이를 맞아 휴장한다.
◆블랙록 CEO "10% 추가 하락"= S&P500 지수는 1857.83까지 주저앉은 후 1880.33으로 거래를 마쳤다.
미국 온라인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지난주 S&P500 지수가 장중 한때 지난해 8월24일 기록한 연저점 1867.01 아래로 밀렸던 것에 주목했다. 지난해 연저점 붕괴는 많은 월가 투자전략가들이 중요한 매도 신호로 보고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해 8월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간 위안화 가치를 4.6%나 대폭 평가절하했다. 당시 인민은행의 조치는 세계 금융시장에 큰 혼란을 줬고 뉴욕증시도 8월24일 연저점으로 추락했다.
S&P500 지수가 지난해 8월 저점 수준까지 되밀리면서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CNBC와 인터뷰에서 뉴욕증시가 10%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월가가 흘린 피가 아직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반면 골드만삭스의 유명 투자전략가인 애비 조셉 코언은 지금 투자자들이 너무 감정적인 부분에 치우쳐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며 경제 성장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주식은 최고의 투자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저점 수준까지 밀린만큼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지난 1년간 평균 16.85를 기록했던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 지수는 지난주 27.02까지 상승했다.
◆ 유가 30$ 붕괴…이란 제재 해제= 월가가 특히 불안해하는 이유는 유가가 바닥을 모른 채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 선물 가격은 새해 들어서만 벌써 20% 이상 추락했다. 새해 첫 주 10.48% 폭락했던 뉴욕상업거래소(NYMEX) WTI 선물 2월물 가격은 지난주에도 11.28% 폭락했다. 지난주 종가는 배럴당 29.42달러로 30달러선이 무너지고 말았다. 30달러 붕괴는 2004년 이후 처음이다.
핑크 CEO는 유가 추가 하락을 예상하며 유가가 배럴당 25달러, 24달러를 시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이란 경제 제재 조치도 유가에는 악재다. 이란 제재 해제와 동시에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방문이 예정돼 있다는 점은 주목거리다. 시 주석은 오는 20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이란·이집트 중동 3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외부 변수에 의해 뉴욕증시가 흔들리면서 지난주 개막한 미국 어닝시즌은 월가의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 하고 있다. 지난주 JP모건 체이스와 인텔이 월가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공개했지만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 했다.
이번주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건스탠리, 넷플릭스, IBM, 델타항공(이상 19일) 골드만삭스(20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스타벅스(이상 21일) 제너럴 일렉트릭(GE·22일) 등이 지난해 4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CNBC에 따르면 현재 월가는 S&P500 기업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전년동기대비 4.7%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지표는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12월 주택착공과 건축허가(이상 20일) 1월 필라델피아 제조업 지수(21일) 지난해 12월 기존 주택매매와 경기선행지수(이상 22일) 등이 발표된다.
◆中 경제성장률 6%대 진입하나= 새해 첫 주 9.97% 폭락했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주 8.96% 폭락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전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해 약세장에 진입했고 2014년 12월 이후 최저치로 추락했다.
19일 공개될 중국의 경제지표가 향후 증시 방향성을 결정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중국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과 지난해 12월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고정자산투자 등의 지표가 공개된다.
블룸버는 중국의 지난해 4분기 GDP가 전년동기대비 6.9% 증가하고 지난해 전체 GDP 증가율도 6.9%에 머물러 중국의 정책 목표치 7.0%에 미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조사업체 마킷은 22일 유로존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를 공개한다. 53.0을 기록해 전월 대비 0.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1일 올해 첫번째 통화정책회의를 진행한다.
브라질 중앙은행도 20일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0.50% 인상해 14.75%로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브라질의 물가 상승률이 12년만의 최고치인 10.67%까지 상승한 때문이다.
스위스 다보스에서는 세계경제포럼(WEF)이 20~23일 진행된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19일 연간 예산·경기전망 보고서를 통해 2026년까지 향후 10년간의 연방정부 예산 재정수지 예상치를 공개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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