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미국)=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1983년 삼성은 미국 땅에 첫 발을 디뎠다. 반도체 산업을 곁눈질로 공부하고 선진 기업들을 따라잡기 위한 방안이었다. 그로부터 30여년이 흐른 지금, 삼성은 실리콘밸리 심장부에서 글로벌 업체들과 견주며 미래를 찾고 있다. 이 곳의 조직도 DS부문 미주총괄(DSA),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 삼성전략혁신센터(SSIC), 글로벌이노베이션센터(GIC) 등으로 확대됐다. 이들이야말로 삼성의 미래를 개척하는 '삼성 실리콘밸리 브레인'들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삼성이 이룬 업적들과 현황, 그리고 미래를 숫자로 풀어봤다.
◇3000명-4명= 삼성전자의 실리콘밸리 내 조직은 DS부문 미주총괄, 삼성리서치아메리카, 삼성전략혁신센터, 글로벌이노베이션센터 등으로 이뤄졌다. 이 조직에 몸담고 있는 인력은 약 3000명. 삼성은 향후 4000여명까지 조직을 키워나갈 방침이다. 이 조직을 이끄는 핵심 인물은 4명으로 압축된다. 미국 내 부품사업 영업을 책임지는 한재수 DSA 법인장(전무), 세트사업 전략을 수립하는 김용제 SRA 부사장, 스타트업과 혁신기업 발굴ㆍ투자를 담당하는 손영권 SSIC 사장과 데이비드 은 GIC 사장이다. 특히 손 사장과 데이비드 은 사장은 실리콘밸리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삼성이 공들여 영입했다. 데이비드 은 사장은 올해 1월1일자로 사장 자리에 올랐다.
◇3만3000평= 지난해 9월 삼성전자는 새너제이 북쪽에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 미주총괄(DSA) 신사옥을 지었다. 총 3만3487평 면적의 이 사옥은 사무실이 1만7878평, 주차장이 1만5609평으로 구성돼 있다. 사무실에는 총 2000명이 근무하는데 그중 절반은 부품, 절반은 세트 분야에 종사한다. R&D(연구개발)는 물론이고 판매 담당 직원들도 포함된다. 한재수 DSA 법인장은 "1983년 판매개발법인으로 미국에 진출해 분수가 있는 작은 벽돌 건물로 시작했는데 30년이 지난 지금은 미래 30년을 준비하는 조직으로 성장했다"며 "이 지역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랜드마크 역할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1000개 회사= 지난해 손영권 삼성전자 SSIC 사장은 투자나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기술력이 뛰어난 글로벌 벤처 1000개를 살폈다. 앞으로 삼성이 미래 시장을 개척하려면 어떤 산업을 중심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찾기 위해서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산하인 SSIC는 반도체ㆍ디스플레이 등 부품의 성장동력 발굴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기기 개발 플랫폼인 '아틱(ARTIK)'도 SSIC 작품이다. 손 사장은 지난해 아틱 개발을 주도한데 이어 최근 스마트헬스케어 등에 주목하고 있다. 손 사장은 "헬스 산업 시장규모는 8조 달러(약 9667조원)로 추정돼 모바일보다 40배 더 크다"며 "IT(정보기술) 발달로 웨어러블 센서 등이 발전하고 기존 산업 질서의 파괴가 다가오는데 우리에게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SSIC는 현재 54개 회사에 투자를 단행했다. 손 사장은 "이런 과정을 통해 '루프페이' 같은 회사가 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루프페이는 마그네틱 보안 전송 기술을 보유한 회사로 삼성전자가 인수해 이를 바탕으로 모바일 결제서비스 '삼성페이'의 핵심 기능을 완성했다.
◇37개 스타트업 투자= SRA 건물 바로 옆에는 GIC가 있다. 37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이 중 80%가 삼성과 협업 중이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삼성이 IoT사업에 적극 뛰어들게 만든 스마트싱스다. 최근 인사에서 승진한 데이비드 은 GIC 사장은 "삼성은 오픈 플랫폼을 지향한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문"이라며 "앱 개발자이든, 소프트웨어 업체이든 이 창구를 통해 협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GIC는 초기 단계부터 다양한 단계의 기업에 투자하며 협업하고자 한다"며 "단말 간 기기 연결, 모바일 커머스(지불 서비스), VR(가상현실기기) 등에 특히 기회가 크다고 보고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