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인도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이 인도 정부로부터 잇달아 세금폭탄을 맞고 있다. 인도가 고질적인 세수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법규를 자의적으로 해석, 과세하면서 외국인투자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11일 KOTRA 첸나이무역관에 따르면 일본 닛산자동차는 인도 정부의 수출 의무 충족시키지 못해 약 3000만 달러의 세금를 내야할 처지가 됐다. 현재 인도에서 생산해 제3국으로 수출할 경우에는 해당 자본재에 대해서는 관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그런데 닛산은 자동차를 기간 내에 제3국으로 수출하지 못해 인도 세관으로부터 3000만 달러의 세금 폭탄을 맞게 된 것이다.
닛산이 제 3국으로 수출을 하지 못한 것은 연이은 합작투자가 실패했기 때문이다. 닛산은 2008년 인도 현지기업 아쇼크 레이랜드와 총 3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3개의 합작투자를 진행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소형 트럭인 '도스트(Dost)'를 만들었으나 잠시 관심을 끌었을 뿐 성공하지 못했고 두 번째 만든 벤 '에발리아(Evalia)'는 실패했다. 연이은 실패로 3개의 합작투자회사 중 2개가 소형 트럭 '도스트' 생산을 중단, 합작투자로 인한 손실만 1억1700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닛산은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장비, 로봇 등을 수입해오는데 이러한 품목은 수출 촉진용 자본재로 분류돼 면세를 적용받는다. 수출 촉진용 자본재는 관세 면제 조건이 해당 제품의 정상 관세액의 8배를 8년 내에 수출하는 조건으로 하고 있는데 사업이 부진해지면서 이 기준을 맞추지 못한 것이다.
현지에서는 인도 정부가 고질적인 세수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진출 기업을 대상으로 부당한 세금을 지속적으로 부과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관게자는 "모디 총리 취임 이후 적극적인 외국인 자본 유치를 해왔으며 이에 따라 글로벌 기업의 진출 및 외국인 자본의 유입도 전년대비 상당히 증가했다"면서도 "잇따른 세금 문제에 발목이 잡힘에 따라 투자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닛산에 앞서 다수의 외국계 기업들이 세금폭탄을 맞았다. 인도 정부는 지난해 4월 휴대전화업체인 노키아가 휴대전화 사업부문을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하고 인도 공장을 매각하고 폐쇄하려는 계획을 막았다. 인도 정부는 노키아가 공장을 마이크로소프트사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약 64억 달러의 이익을 취하고 세금을 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정부 관계자는 노키아가 약 4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도 세금을 내지 않았다고 강조했고, 이에 대해 3억7500만 달러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인도 정부는 한국의 신한은행 인도 지점에도 지난해 5월 약 730만 달러의 세금을 물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세무당국은 신한은행에 대해 2009년 이후 미납된 서비스세금(Service Tax)및 과징금 명목으로 과세했다. 이 외에도 인도 정부는 만성적인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씨티은행, 아부다비 은행 등에도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인도 정부는 영국계 초콜릿업체인 캐리버드에 대해서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세금감면 혜택을 부당하게 받았다는 혐의로 약 8400만 달러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캐드버리는 인도 북부에 공장을 확장했는데, 당시 세금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신규 시설 설립에 해당해 면허세를 부과하지 않았다. 이후 현지 언론에서 부당한 목적으로 공장을 설립해 부당이익을 취득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이에 인도 정부는 조사에 착수했다. 인도 정부는 면세혜택 기간에 공장 설립을 하지 않아 면세요건을 갖추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회사측은 이에 대해 반박하고 있다.
KOTRA는 "외국기업의 경우 고정사업장이 있는 기업만 과세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인 사업장이 없다고 할지라도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고 판단하면 이에 대해 과세를 당할 수 있다"면서 "인도 진출 시에 현지 전문 변호사 및 회계사를 고용해 세금 및 기타 부분에 대한 법적 조치를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중앙정부와 주정부에서 제공하는 투자 인센티브 역시 그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혜택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추후에 발생할 세금 문제 등에 관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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