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제조업 380개사 조사
제약·의료분야 활용도 多, 철강·조선 少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국내기업 대부분이 외부 기술과 지식을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 사용은 절반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외부 기술·지식 활용은 고객 아이디어를 통해 제품을 개발하거나 연구소·학계 등과 공동으로 연구개발, 제품기획을 하는 것을 뜻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국내 제조업 380개사를 대상으로 활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71%가 '경영활동에 외부기술·지식을 활용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답했다고 11일 밝혔다. 반면 이를 실제 활용하고 있는 기업은 전체의 절반 수준인 49.2%에 그쳤다.
업종별로는 제약·의료(61%), 고무·플라스틱(57.1%) 분야는 활용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던 반면 철강·금속(30%), 조선·플랜트(29.4%)는 외부 아이디어와 기술 활용도가 낮았다.
대한상의는 "연구개발 비중이 높고 특허가 핵심경쟁력이 되는 분야는 외부 기술과 아이디어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반면 현장의 축적된 노하우나 공정운영의 효율성이 중시되는 산업은 활용도가 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외부 기술·지식을 활용하지 않는 기업들은 그 이유로 '외부의존성 확대(43.5%)'를 가장 먼저 꼽았다. '자금 등 경제적 문제(33.2%)', '폐쇄적 조직문화(11.9%)', '경험부족(5.7%)' 등이 뒤를 이었다. 활용하려 해도 파트너 검색·발굴이 어렵(35.7%)거나 시장정보 부족(23.6%), 내부정보·기술 유출에 부담(22.7%)을 느끼는 기업이 많았다.
하지만 외부기술을 활용하는 기업들은 시장점유율 상승과 생산성 제고 등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제품 출시와 틈새수요 선점 등으로 시장점유율이 상승했다'는 기업이 37.5%로 가장 많았다. '원가절감, 제조기간 단축으로 생산효율이 증가했다는 기업'도 33.9%에 달했다.
활용분야로는 전체의 30.7%가 '기초연구'라고 답했다. 시제품 테스트(28.2%), 제품양산(16.3%), 생산프로세스(11.4%), 기획(6.9%) 등도 뒤를 이었다. 협력방식으로는 공동연구’(49.8%)로 진행한다는 기업이 가장 많았고 위탁연구(18.0%), 기술구매(6.8%) 순이었다. 주요 파트너로는 협력기업(31.8%)이 가장 많았고, 대학(26.2%), 국책연구소(15.9%), 소비자·제품사용자(11.2%)가 뒤를 이었다.
이는 중국 휴대폰 제조사인 샤오미가 위탁생산방식으로 전문제조기업인 폭스콘의 생산기술을 활용하고 홈페이지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사용자 반응을 수렴해 제품혁신에 활용하는 것과는 상반된다.
전수봉 경제조사본부장은 "우리 기업도 협력파트너의 범위를 지금보다 더 넓힐 필요가 있다"면서 "지식재산 관련 법과 제도를 소유중심에서 이용중심으로 전환해 외부 기술과 지식이 활발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하고 성과를 함께 나누는 선순환 체제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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