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홍유라 기자] 정의화 국회의장이 7일 19대 국회를 마무리하는 소회와 함께 20대 국회에 바라는 점을 밝혔다. 쟁점법안 직권상정을 놓고 청와대와 갈등을 빚고 있는 정 의장. 19대 의장으로서의 마지막 자기 고백과 성찰은 담담했다. 정 의장은 19대 국회 만료 전 국회선진화법 조정안 마련을 검토한다는 생각도 내비쳤다.
정 의장은 이날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HDI 인간개발연구원 사회경영자 연구회 사회이슈세미나에서 '선진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을 주제로 강연했다.
정 의장은 19대 국회를 돌이켜보며 "비정상의 정치를 정상의 정치로 만들려고 나름 애썼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정 의장은 ▲세월호특별법 ▲예산안 처리 ▲국회법 파동 등을 언급했다.
특히 그는 "국회법 개정안 때 결국 유승민 찍어내기로 종결됐지만, 국회가 해야 할 일은 제대로 했다"면서 "거부권 행사는 대통령의 권한이고 국회는 (거부권이) 오면 재의에 부치는 것이 법이니 법대로 했다"고 말했다.
이번 국회가 '역대 최악'이라는 세간의 지적엔 정 의장도 공감했다. 그는 "19대 국회가 최악이란 데 크게 반대하고 싶지 않다. 다만 분명한건 공이 땅에 떨어져야 다시 튀어 오른다"면서 "20대 국회가 정말 새로운 대한민국 정치를 이끌어 낼 수 있다면 좋다"고 털어놨다. 20대 국회로 한국 정치 선진화의 공을 넘긴 정 의장는 ▲권력구조 개헌 ▲선거·공천 제도 변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정 의장은 또한 임기 내내 강조했던 선진화법 개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현재 국회선진화법을 보완하는 쪽으로 검토되고 있다"면서 "4월이 마지막 국회인데 정 안되면 의장이 조정안을 하나 만들까 검토 중"이라고 귀띔했다.
아울러 정 의장은 이날 강의에서 '단심(丹心)'과 '신뢰사회'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단심은 이방원이 정몽주의 마음을 돌려보려 부른 '하여가'의 화답시인 '단심가'에 등장한다. 정 의장은 정몽주의 20대 손이다.
신뢰사회도 여러 번 강조했다. 정 의장은 "신뢰사회가 안 되고는 나라가 안 된다"면서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도 따지고 보면 재벌·대기업에 대한 국민의 불신 때문에 안 된다"고 해석했다.
한편, 정 의장은 좌중에게 본인을 소개하며 "그냥 요즘 박근혜 대통령에게 조금 미움 받는 국회의장 정도로 아실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쟁점법안 직권상정 여부를 놓고 대통령과 대척점에 있는 본인의 처지에 대한 자조 섞인 농담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정 의장은 법안의 직권상정은 '절대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만약 그렇게 법을 어겨서 직권상정을 했을 경우 대단한 혼란이 오고, 그 혼란 속 한국경제는 더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손바닥 보듯 뻔한 사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회가 통법부로 바뀐다. 거수기 수준이 아니라 행정부 수장이 지시하면 따라가는 국회로 바뀐다"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홍유라 기자 vand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