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여론조사가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정당과 후보자들이 여론조사를 두고서 극도의 민감한 반응을 보임에 따라 꼬리가 몸통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4일 한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한다고 밝혔다. 여론조사 과정에서 지지정당을 묻는 질문 앞에 특정한 편향을 불러올 수 있는 유도성 설문을 배치해 조사결과 자체가 편향됐다는 것이다. 더민주측 설명에 따르면 이 여론조사는 야권 주도권을 두고 경쟁중인 안철수 의원의 신당에 유리하도록 설계됐다는 것이다.
김성수 더민주 대변인은 "먼저 현역 재지지 여부를 묻고 새누리당의 가장 큰 문제점, 새정치민주연합의 가장 큰 문제점을 물은 뒤 현재 지지정당의 순으로 정당지지에 대한 설문을 구성했다"며 "이는 현역 의원이나 현재 정치질서에 대한 부정적인 면을 강조한 뒤에 현재 지지정당을 물어 상당히 의도가 담긴 설문 구성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안 의원이 12월 신당을 창당할 경우 4.13총선에서 어느 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느냐"등 환기성 질문을 포함시켜 특정한 선택을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임내현 무소속 의원도 지역 시민단체가 발표한 여론조사와 관련해 경찰 수사 의뢰를 하는 한편 선관위에 이의를 제기했다. 광주지역 현역의원 가운데 교체가 되어야 하는 의원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임 의원이 70.9%로 광주 8개 지역 중에 가장 높았다. 임 의원측은 조사 결과가 다른 여론조사와 큰 차이를 보인다며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총선이 불과 몇달 남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당과 정치권이 이처럼 여론조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할지 모른다. 하지만 최근의 일희일비 하는 양상은 과거 어느때와도 다르다. 이같은 일들이 벌어지는 것은 안 의원의 창당 움직임 등 기존 양당제의 균열구조가 깨진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어느 당 후보로 출마할 것인가가 이제는 '상수'가 아닌 '변수'가 된 상황에서 정당과 후보자들의 머리싸움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야권 주도권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더민주와 안 의원 신당의 경우 비슷한 인재풀과 유권자를 두고 경쟁을 벌이다 보니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안 의원에 급격히 힘이 실리는 것 또한 새누리와 더민주 양강 질서를 비집고 2위 또는 3위를 차지하는 것도 무관치 않다. 더민주측에서 안 의원 신당 지지율이 높게 나온 여론조사 결과에 발끈하는 것 역시 이와 관련됐다. 임 의원의 경우에도 탈당 후 안 의원 신당행을 선택했지만 공천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지역민들이 교체를 희망하는 의원 1순위로 꼽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달가울리 없다.
더민주측에서 탈당을 고려하는 인사들의 경우에도 탈당을 할지, 당에 잔류할지 등을 결정함에 있어서 가장 핵심 변수는 여론추이다. 당선 가능성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총선 출마 예정자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소속정당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어느 당 후보로 나설지는 민감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어느 당을 선택할 것인지를 두고서 후보자들은 여론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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