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하이퍼 디지털 기술은 전통 제조업의 판도를 뒤집고, 생산과 소비의 패러다임까지 변화시켰다. 기술혁신에 가장 앞장서서 발맞추고 있는 곳은 바로 애플, 테슬라, 샤오미 등과 같은 '민간기업'이다.
세계 최대의 소비자 가전박람회인 'CES'의 중심은 가전 신제품이 아닌 자율주행차로 옮겨갔고, 금융과 IT, 생활을 결합한 온-디맨드 경제(on-demand economyㆍ주문형 경제)가 생활화되고 있다. 경계를 없애고 혁신이 일상화된 하이퍼 디지털 빅뱅시대에서 정부 또한 기존의 틀을 버리고 민간기업과 더불어 새로운 방향에 대한 고민을 해야할 시기인 셈이다.
◆하이퍼 디지털 빅뱅시대 어떻게 변하고 있나=세계 경제는 빠르게 디지털화 돼왔다. 1970년대 인텔 마이크로 프로세서가 나온 이후 진행된 디지털화는 단순히 업무나 제품의 개선수준에 머물지 않고 있다.
올해 IT업계의 최대 화두는 핀테크가 만들어낼 금융혁신이다. 해킹이나 정보조작 등이 불가능한 '블록체인'(Blockchain)을 기반으로 한 금융 플랫폼도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 없는 은행, 현금 없는 지갑이 본격화되는 시기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네트워크로 음식을 주문하고 교통ㆍ숙박까지 예약하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는 이미 일상이 됐고 향후 외연의 확대가 확실시되고 있다. 이와 연계해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맞춤형서비스를 택할 수 있게 하는 우버택시, 카카오택시, 삼성페이 등 온디맨드 경제는 확고한 기반을 잡게 될 전망이다. 그 분야도 교통ㆍ금융에서부터 숙박ㆍ세탁ㆍ이사 등에 이르기까지 생활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카셰어링, 생활기기 가전 렌탈, 공간렌탈 등 소유가 아닌 공유경제 역시 새로운 소비의 축으로 떠올랐다. 이른바 스마트 기술로 지칭되는 ICT 융합기술은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간주되던 지능과 감성까지 보완, 대체해가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다른 분야와의 상호 작용을 촉진시켜 급격한 기술혁신을 주도하고 있다"며 "전통적인 제조업은 한계에 봉착했고, 제품의 생산이나 상품판매 단계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방식으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상품교역 위주였던 글로벌화는 자본과 인력의 이동으로 확대됐고 이 과정에서 국가의 역할은 점차 약화되는 추세다.
◆신(新)산업 생태계 조성이 가장 중요=전문가들은 향후 정부가 중점을 둬야 하는 분야는 혁신적 신산업 육성과 규제의 탄력적 조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시장성숙도에 따라 관련 규제를 완화해 신산업이 커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우려되는 사회적 갈등은 해소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는 지난 50여년간 이어온 정부 주도의 경제체제로는 더 이상 성장이 어렵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을 비롯한 중장기전략 연구작업반은 "경제운영 전반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부터 바뀌어야 한다. 규제 개선은 시장원리로 해소되지 않는 부분에 한해서만 개입하고,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는 일단 출시하도록 한 후 문제가 생기면 규제하는 사후적 규제체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시장경제 원리가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신산업 육성 측면에서는 국가 주도로 특정 산업을 육성하기 보다는 생태계 조성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 이른바 조력자로의 역할 전환이다.
중장기전략 연구작업반은 "산업 초기에는 플랫폼 구축, 금융활성화, 규제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후기에는 고도화 등을 위한 재정적, 제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신성장산업의 경우 IT분야와 연계가 많이 돼 있어 기존 이해관계와 얽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유의해 정부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버의 국내 진출로 발생하는 택시업계와의 갈등, 유전자변형식품의 등장에 따른 유해성 논란 등은 기술혁신이 사회적 갈등이슈로 전이될 수 있는 대표적 예로 꼽힌다. 카카오의 대리기사 서비스나 쿠팡의 택배서비스 역시 기존 산업계를 위협하는 측면이 있다.
일각에서는 급격한 기술발전이 일자리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앞서 옥스포드는 2013년 미국 직업의 47%가 컴퓨터로 대체될 수 있는 고위험군(대체확률 70% 이상)에 속해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관계자는 "단순사무직이 기계에 의해 대체되고 이들은 저임금 일자리로 몰리면서 일부 고숙련노동자와 자본가에 이익이 집중될 우려도 제기된다"며 "대규모 고용대체는 당분간 어렵지만 흐름에 예의주시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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