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현대기아차의 수출 물량이 1년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240만대를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찍었지만 올해는 내수가 살아나면서 상대적으로 수출 물량 확보가 부진했던 데다 신흥시장 수요가 위축된 영향을 받았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11월말 현대기아차의 수출량은 총 209만대로 217만대를 기록한 전년 동기 대비 8만대가 부족하다. 올 한해 현대기아차의 월별 평균 수출량이 19만대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수출량은 4년전인 2011년 수준(228만대)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
작년과 비교하면 10만대 이상 줄어든 것이다.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경기 침체를 겪었던 2009년 164만대를 기록한 후 2010년 199만대, 2011년 228만대, 2012년 234만대, 2013년 231만대, 2014년 242만대로 상승세를 이어왔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현대차의 수출물량을 넘어섰던 기아차는 11월까지 104만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 대비 5만대가 줄었다. 현대차의 수출량도 지난해보다 3만대 적은 104만대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제외하고 모두 실적이 떨어졌다. 역대 최대 판매 실적을 쌓은 미국을 포함한 북미 수출량이 지난해 81만에서 올해 85만으로 4만대나 늘었고 EU 대상 수출량도 17만에서 20만으로 증가했다.
반면 동유럽과 러시아 등 기타유럽과 중국, 인도가 포함된 아시아, 북미에 이은 수출량 2위 중동지역은 규모가 줄었다. 루블화 하락으로 수출 물량을 의도적으로 줄여왔던 러시아 등 기타유럽에서의 실적은 8만6000대에서 5만2000대로, 토종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린 중국 등 아시아에서는 11만에서 9만대 후반으로 감소했다.
특히 중동지역 타격이 컸다. 북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지만 지난해 52만대의 실적이 올해는 46만대로 급감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4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중동에서 대리점 점검에 직접 나서기도 했지만 엔저를 앞세운 일본 업체들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전쟁 등으로 정세가 불안해지며 기존 수요층이 떨어져 나간 것도 원인이다.
수출 감소는 내수 판매가 늘어난 영향도 받았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4분기부터 인기 차종의 국내 공급량이 부족해지자 수출 물량 일부를 국내로 돌렸다. 이는 전체 실적이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기아차는 창립 첫 내수 50만대 돌파, 현대기아차는 19년만에 내수 120만대 돌파라는 기록을 나란히 세웠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을 입증받았지만 현지 시장 침체와 글로벌 경기 변동으로 인한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며 "내년에는 판매 네트워크 강화와 신차투입 등의 전략으로 수출량 회복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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