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결혼생활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심경을 털어놨다. 항간에 소문으로 떠돌던 혼외자의 존재도 인정했다.
29일 SK그룹 등에 따르면 최 회장은 최근 한 언론사에 보낸 A4지 3장 분량의 편지에서 "노 관장과 십년이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다. 종교활동 등 관계회복을 위한 노력도 많이 해보았으나 그때마다 더 이상의 동행이 불가능하다는 사실만 재확인될 뿐, 상황은 점점 더 나빠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결혼생활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는 점에 서로 공감하고 이혼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가던 중에 우연히 마음의 위로가 되는 한 사람을 만났다"며 "수년 전 여름에 그 사람과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으면서 노 관장과의 '법적인 끝맺음'이 차일피일 미뤄졌다고 전하면서 최 회장은 "이제 노 관장과의 관계를 잘 마무리하려고 한다"며"그리고 제 잘못으로 만인의 축복을 받지 못하게 되어버렸지만, 적어도 제 보살핌을 받아야 할 어린아이와 아이 엄마를 책임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미국 시카고대 유학시절에 만나 노 관장의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취임한 후인 1988년에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최 회장과 노 관장의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고 이미 10여년 전에 이혼에 서로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과 노 관장 부부 사이에는 소말리아 아덴만 파병 임무를 마치고 최근 귀국한 차녀 최민정 해군중위 등 두 딸이 있다.
최 회장은 편지에서 "알려진 대로 저희는 지금 오랜 시간 별거 중에 있다"면서 "노 관장과 부부로 연을 이어갈 수 없어도, 좋은 동료로 남아 응원해주고 싶다. 노 관장과 이제는 장성한 아이들이 받았을 상처를 보듬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할 생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 회장은 지난 8월 사면복권으로 출소한 이후 A씨와 서울시내 모처에서 살고 있고 노 관장은 워커힐호텔 내 빌라에 거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과 A씨 사이에는 6살 난 딸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최 회장이 수년 전 횡령 사건으로 재판을 받을 당시 법정에 찾아와 공판 과정을 지켜보기도 했다. 하지만 노 관장이 방청석에 나타나면 법정 밖으로 빠져나가는 모습이 취재진에 목격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자신의 가정사로 부끄럽고 죄송하다는 뜻을 나타내면서 "제 불찰이 세상에 알려질까 노심초사하던 마음들을 빨리 정리하고 모든 에너지를 고객, 직원, 주주, 협력업체들과 한국 경제를 위해 온전히 쓰고자 한다"고 밝혔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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