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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아이]스모그 습격한 날 콘돔이 더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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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일상이 된 중국인들의 미세먼지풍경

[글로벌아이]스모그 습격한 날 콘돔이 더 팔렸다 스모그현상 / 사진=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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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 영향 생길까 임신 꺼리는 젊은 부부들 많아
가장 뜨는 패션 아이템은 마스크
백만장자 설문 35%가 대기오염 때문에 이민 고려
외국계 기업들은 파견 근무할 직원 찾기 어려워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올겨울 중국인들 사이에서 가장 '핫(hot)'한 패션 아이템은 마스크다. 지난 2주간 역대 최악의 스모그가 중국 북부지역을 덮치자 서방 언론들은 중국인들의 다양한 마스크 패션을 사진으로 담느라 분주했다. 화생방 훈련을 연상시키는 방독면 수준의 마스크부터 판다, 고양이 등 각양각색 동물들을 캐릭터화한 마스크에 그 종류도 다양했다. AP통신은 마스크를 착용한 수십 명의 베이징 시민들을 하나의 사진으로 담으며 '마스크는 이제 베이징 시민들의 일상적인 패션 액세서리로 자리 잡았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해 가을에 열린 '메르세데스-벤츠 중국 패션위크'에서는 한 중국 스포츠웨어 브랜드가 모델들에게 다양한 디자인의 마스크를 씌운 채 런웨이를 걷게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마스크는 중국인들에게 필수품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산하의 쇼핑몰 타오바오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마스크와 공기청정기 검색 건수는 각각 141.5%, 50.9% 증가했다. 특히 지난달 30일부터 12월6일까지 대기오염 수치가 최고조에 달했던 1주일 동안 마스크의 검색 횟수는 60만6031회에 달했다. 전월 동기간 대비 41.1%, 전년 동기간 대비 13.2% 증가한 수치다. 스모그가 강해지면 콘돔도 잘 팔린다. 스모그 기간 임신을 피하려는 젊은 부부들이 만들어 낸 진풍경이다.


중국의 초고속 경제성장과 산업ㆍ도시화가 남긴 스모그는 중국인들의 삶을 위협할 정도다. 초미세먼지를 뜻하는 PM2.5(지름 2.5㎛ 이하의 먼지) 농도는 최근 ㎥당 1000㎍(마이크로그램) 수준까지 치솟아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치(25㎍/㎥)의 40배에 육박했다. 중국 정부는 베이징시 일대에 사상 처음으로 스모그 '적색' 경보를 발령했고 차량 2부제 운행, 오염 물질 배출 공장의 조업 중단, 유치원 및 초중고교 휴교 등 강제적인 대응책을 마련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0일 베이징시 일대의 스모그 '적색' 경보를 해제했지만 지난 주말 다시 스모그가 북부지역 하늘을 뒤덮었다. 12일 베이징을 비롯해 인근 허베이성(河北省)ㆍ허난성(河南省)ㆍ산둥성(山東省)에는 '황색' 스모그 경보가 발령됐다. 중국은 대기질지수를 우수ㆍ양호ㆍ가벼운 오염ㆍ중간 오염ㆍ심각한 오염ㆍ매우 심각한 오염 등 6단계로 구분하고 이에 따라 황색ㆍ주황색ㆍ적색 순으로 경보를 발령하고 있다. 베이징 건물 실내의 미세먼지도 기준치를 초과했다. 스모그를 피해 숨을 곳이 없는 셈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중국 정부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중국 정부는 ADB로부터 3억달러를 빌려 스모그 발생 원인 지역으로 지목받고 있는 허베이성의 연간 석탄 소비량을 1200만t 이상 줄이는 데 활용할 방침이다. 전통적으로 환경 문제와 관련해 외부의 개입을 꺼렸던 중국 입장에서는 이례적인 결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중국은 최근 경제성장 속도가 둔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환경오염 해소 비용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당장 스모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철강ㆍ석유화학 등 오염물질 배출이 많은 전통 제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실물경기 위축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폐막한 유엔(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기후변화 대응에 선진국들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이기도 하다.


세계은행(WB)은 중국의 대기ㆍ수질 오염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이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6%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경제적 비용이란 환경오염원 배출을 줄이기 위한 산업 구조조정 비용뿐 아니라 산성비로 인한 농작물 피해, 환경오염으로 유발되는 각종 질병에 대한 치료비도 포함된다.


환경오염 문제는 중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들에도 고민거리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베인앤컴퍼니가 주중 미국상공회의소와 함께 올 초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중국 진출 외국계 기업의 53%가 심각한 대기오염 때문에 중국 사업 담당자 파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중국의 심각한 스모그는 부자들이 고향을 떠나 이민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지난해 바클레이스가 중국 백만장자 2000명을 대상으로 단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이 해외 이민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중 70% 이상이 스모그 같은 대기오염을 이민 검토의 주요인으로 꼽았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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