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대표의 탈당에 대해 정치권에서 다양한 반응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일견 야권의 분열로 인해 내년 총선에서 어부지리를 노릴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새누리당의 분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만면에 웃음이 가득해야 할 새누리당은 안 전 대표의 탈당을 혹평하며 총선 단일화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내놨다. 이를 두고 총선 호재를 맞은 여당이 표정을 관리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안철수발 정개개편이 되레 새누리당에게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의견도 있다.
13일 안 전 대표가 탈당을 공식화하자 김영우 새누리당 대변인은 오후 당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왜 하필이면 선거를 앞두고 이렇게 갈등을 노골화하는 것인지, 이런 야권의 행태가 20대 총선을 겨냥해 야권 단일화로 가려는 정치적인 제스처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야권은 선거 앞두고 분열했다가 드라마틱한 야권단일화를 통해 유권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전략을 구사해왔다"며 "이것이 선거만을 의식한 선거전략, 이합집산 야권연대를 위한 시작이 아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야당이 국회활동을 등한시하면서 오직 선거만을 위해 이합집산을 거듭한다면 결코 국민들의 사랑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하며 "새누리당은 이합집산만을 하는 야당이 아닌 건전하고 건강한 야당의 모습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안 전 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누가 봐도 야권이 공멸할 가능성이 높은 탈당을 결행했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이 제기한 음모론에는 안 전 대표가 우선 세력을 결집한 뒤 총선에서 단일화를 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 아니냐는 의심이 반영돼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안 전 대표와 문재인 대표는 당 혁신을 둘러싸고 수개월 동안 지지부진한 공방을 이어오면서도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이를 보는 국민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서로 양보도 할 수 없는 만큼 일단 안 전 대표가 당을 나가서 그동안 고집했던 명분을 세우고 이후 후보 단일화 등을 통해서 총선 승리를 모색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은 언뜻 설득력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같은 당 안에서도 쉬 같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대립만 했던 이들이 각자 공천을 한 뒤 후보 간 단일화를 모색하는 것은 불가능 할 것이라는 주장이 더욱 그럴듯하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은 새누리당의 공세에는 이번 기회에 야권의 대선주자인 안 전 대표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새정치민주연합에는 '분열 정당'의 이미지를 덧씌워 반사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복안이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14일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탈당과 분당을 일으켜온 우리 정당사는 또 누더기가 되고 있다"면서 "참으로 부끄럽고 안타깝다"고 했다. 이는 안철수 전 대표를 겨냥한 것인 동시에 새누리당 공천 후 생길 수 있는 분란을 미리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는 얘기다. 또한 안 전 대표가 만들겠다는 정치세력에 중도 인사들이 결집할 경우 새누리당의 인력이 이탈하거나 새누리당의 지지율을 깎아먹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일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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