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직영점을 가맹으로 전환하고 대규모 퇴직을 단행한 피자헛이 사업권 매각 논란에 휩싸였다.
13일 한국피자헛에 따르면 전국에 약 350개 매장을 둔 피자헛은 올해 들어 직영매장 75곳 가운데 61곳을 가맹점으로 전환하거나 폐점했다. 남은 직영매장 14곳도 모두 가맹점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정규직 230여명과 비정규직 등 총 2100여명이 퇴사했다. 그 수는 연말까지 3500명에 이를 전망.
수익성 하락에 따른 사업구조 개편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04년(회계연도 기준·2003년 12월∼2014년 11월) 연매출 3000억원을 돌파하며 인기를 끈 피자헛은 지난해 매출이 1142억원까지 줄어들며 업계 3위로 내려앉았다.
피자헛 노조는 이 때문에 글로벌 본사인 염 브랜드(Yum Brands)가 한국 사업을 가맹 체제로 바꾼 뒤 사업권을 다른 식품업체 등에 매각해 마스터프랜차이즈 형태로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스터프랜차이즈는 본사가 제3자인 파트너(중간 가맹사업자)에 사업권을 주고 그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 사업이다. 가맹점은 이 중간 가맹사업자와 계약을 맺어야 점포를 운영할 수 있다.
해외 프랜차이즈 기업이 현지 기업을 중간 가맹사업자로 삼고 영업하는 경우는 쉽게 발견된다. 시설투자 비용이 적게 들면서 지속적으로 수수료 수입을 거둘 수 있는데다 중간 가맹사업자가 글로벌 본사에 비해 현지 소비자 특성과 시장 동향, 법률·세무정보 등에 밝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조는 마스터프랜차이즈로 영업형태를 바꾸면 가맹점주가 수수료 지급을 위해 인건비와 재료비 절감에 나서게 되고 이에 따라 직원들의 근무조건과 소비자 서비스가 나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가맹점으로 전환할 경우 제품 매출에서 재료비의 비중이 33%에서 27%로 떨어져 직원 처우는 물론 고객 서비스의 질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남은 직영점 14곳 가운데 수익이 좋은 매장을 직영으로 유지하고 나머지 매장의 퇴직 직원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한국피자헛 측은 마스터프랜차이즈 전환을 검토한 적도, 추진할 계획도 없다고 부인했다. 국내 외식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경영 효율성과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데다 염 브랜드가 세계 각국에서 가맹화 전략을 펴고 있어 이에 발맞춰 움직이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국 법인의 제3자 매각설에 대해서도 허위사실이라고 강조한 한국피자헛 측은 최근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가맹화 과정에서 퇴사자에게 노사가 협의한 외로금을 지급했고, 원하는 직원에 대해서는 신규 가맹점과 기존 가맹점, 다른 외식업체 재취업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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