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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감현장] 법안처리 '양치기 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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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1974년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물러난 이유는 도청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과 관련해서 거짓말을 한 게 더 결정적이었다. 일반인의 거짓말도 부정적 영향을 주지만 정치인의 거짓말은 더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 이유였다.


여야가 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까지 쟁점법안 합의 처리 약속을 또 어기면서 '거짓말 불감증'에 빠진 우리 정치의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고비 때마다 어렵게 도출한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깨고 네 탓 공방을 벌인 뒤 다시 협상에 들어가는 행태가 비일비재하게 이어지고 있다. 여야 지도부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합의 처리하기로 약속한 6개 법안은 본회의는커녕 해당 상임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한 채 10일부터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다뤄지게 됐다.

여야의 '합의 거짓말'은 이번 정기국회만 돌아봐도 처음이 아니다. 내년도 예산안은 국회선진화법(국회법) 85조에 따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돼 처리됐고, 헌법에 규정된 법정시한(12월2일)도 지키지 못한 채 본회의 '차수 변경'을 거쳐 지난 3일 새벽에야 처리됐다. 지난달 26일 처리하기로 약속했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역시 정해진 시간을 연기해 30일 지각 처리했다.


남은 쟁점법안을 처리하기 위한 임시국회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새누리당은 10일부터 30일간 임시국회를 단독 소집했고, 오는 15, 22, 29일에 본회의를 열기로 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이 불참 의사를 밝혔고 내년 선거를 앞둔 의원들이 대거 지역구 관리에 나서면서 국회 문만 열어둔 채 파행할 가능성이 크다.

이솝 우화의 양치기 소년은 몇 번의 거짓말로 신뢰를 잃었다. 여야의 지향점이 다르더라도 결국 정치인을 향한 '거짓말쟁이'라는 비난은 신뢰상실로 이어진다. 결과는 정치불신이고 국회의원 무용론이 될 것이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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