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정기인사를 앞두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SK그룹의 정기 인사가 오는 16일 단행될 예정이다. 최태원 회장이 지난 8월 경영일선에 복귀한 후 진행되는 첫 정기 인사여서 재계의 관심도 높다.
지난해 말 주력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다수 교체된데다 최 회장이 경영 복귀 후 현 경영진에 두터운 신뢰를 보여주고 있어 인사폭이 크지는 않겠지만 문제는 최재원 수석 부회장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가 관건이다.
최 부회장은 SK그룹 계열사의 펀드 출자금을 옵션투자금으로 유용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3년6개월을 확정 판결받고 33개월째 복역 중이다.
최 부회장은 복역 전까지 그룹의 신사업 분야를 이끌어왔다. SK이노베이션이 연료전지의 핵심인 분리막(LiBS) 기술을 세계에서 3번째로 개발하는 성과를 이룬 것도 그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그의 부재가 길어지며 지난해 11월 독일 콘티넨탈과의 합작법인 설립이 무산되는 일을 겪기도 했다.
오랜 신뢰관계로 구축해 놓은 글로벌 파트너십도 그의 부재에 무너질 공산이 크다. 그가 2009년 이라크 현지를 찾아가 당시 부총리였던 알 샤리스타니로부터 받아낸 재건사업 참여와 원유공급 약속도 좌초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경영 공백이 길어지면서 신성장동력 구상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최 회장이 지난 8월 특별사면을 받고 경영 일선에 복귀, 투자계획과 인수합병(M&A)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유독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는데 고전하는 것은 최 부회장의 공백과 무관치 않다는게 재계의 시각이다. 결국 이번 인사폭이 크지 않은 것도 대대적인 물갈이로 그의 빈자리를 키우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SK그룹 관계자는 "신성장 사업은 오너십을 특히 발휘해야 하는 분야"라며 "회사가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는 최 부회장의 역할이 중요한데 그 공백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지가 이번 인사와 조직개편의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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