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중국발(發) 과잉공급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범용제품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생산변화를 절감하고 있지만 정작 연구개발(R&D) 투자에는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화기업 중 연구개발비용을 늘리고 있는 곳은 LG화학만이 두드러진다.
올 3분기(누계기준) LG화학의 R&D 투자규모는 4348억1800만원으로 1년 전(3715억900만원) 보다 14.6% 증가했다. 매출액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2.16%에서 2.87%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연구개발에 총 5112억4100만원을 투자했다. 전년 대비 14% 늘어난 규모로 매출액 대비로는 2.26%에 달했다. 2%를 넘은 것은 화학업계 중 LG화학이 유일하다. LG화학은 2013년에도 연구개발비용이 전년 대비 15% 가량 늘어나는 등 매년 10% 이상 꾸준히 늘리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투자가 석유화학분야 보다는 전기차 배터리 등 2차 전지, 디스플레이 소재 등 새로운 먹거리 개발에 치중돼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석화 외에도 신규 사업영역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기 위해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한화케미칼 등 화학업계 '빅4'로 분류되는 다른 기업들의 석화분야 R&D 투자는 더 인색하다. 롯데케미칼과 금호석유화학은 전년 대비 연구개발비용은 늘렸지만 매출액 대비로는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금호석유화학은 283억2100만원으로 0.92% 수준이다. 롯데케미칼의 연구개발 비용은 올 3분기까지 344억2900만원으로 매출액 대비 0.38%에 그쳤다. 삼성의 화학계열사 3개를 인수하면서 정밀화학 시장에 진출했지만 자체 연구개발에는 소홀했던 셈이다.
한화케미칼은 지난 6일 정기 임원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연구개발분야 승진폭을 늘렸지만 투자는 전년 대비 되레 줄고 있다. 올 3분기까지 한화케미칼의 R&D 투자금액은 294억1900만원으로 전년(378억6500만원) 대비 22% 가량 줄었다.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4%에서 1.2%로 감소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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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범용제품을 중심으로 공급물량을 늘리면서 국내 석유화학기업은 그야말로 초비상이다. 실제 국내기업의 지난달 석유화학제품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4%(9억 달러) 줄었다.
결국 국내 석화업계가 살아남을 길은 경쟁이 덜 치열한 프리미엄 제품, 고부가가치 생산을 늘리는 방법 뿐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력으로 하고 있는 범용 제품은 이제 이익을 많이 내기가 어려워졌다"며 "R&D 투자를 늘리고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나서야 하지만 연구 역량이 부족한데다 뚜렷한 방향을 잡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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