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달러에 연동된 위안…경기둔화·통화강세 고심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강달러로 가장 큰 경제적 피해를 입을 국가는 중국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강달러로 미국 기업들의 이익 감소, 미국 수출 축소 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실제로 중국 경제가 받는 충격이 더 클 것이라고 9일 보도했다. 이는 중국의 독특한 환율제도 때문이다.
중국 위안화가 달러화에 연계돼 있는 만큼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위안화도 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중국 경제는 뚜렷한 둔화세를 보이고 있어 경기부진과 통화강세라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편입 등 위안화 국제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이 외부의 비판을 감안하고서라도 추가 통화절하 카드를 꺼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달러는 지난해 중반 이후 주요 통화 대비 20% 정도 뛰었다. 같은 기간 위안화 대비로는 3% 상승하는데 그쳤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회복 온도차를 감안하면 비정상적인 움직임이다.
통화 강세는 수출에 해가 된다. 올 1~10월까지 미국의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3% 줄었다. 미국 경제에서 교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23%지만 중국은 이의 2배가 조금 안되는 42%에 달한다. 그만큼 중국 경제가 통화가치 상승의 충격을 미국보다 크게 받는다는 뜻이다.
위안화는 지난 10년간 달러 대비 26% 뛰었다. 이는 스위스프랑(31%)에 이은 세계 2위 상승률이다. 경기둔화 국면에서 진행되는 통화강세는 물가 하락 압력을 키운다. 이날 발표된 중국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1.5% 상승해 석 달 연속 1%대에 머물렀다.
이와 같은 앞뒤 사정을 고려하면 중국은 하루 2%로 묶인 위안화의 변동폭을 늘리거나 지난 8월과 같은 평가절하 조치를 단행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사회는 중국의 환율 조정을 비난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무턱대고 위안화 가치를 낮추기는 어렵다. 큰 폭의 절하는 그렇지 않아도 많은 중국 기업들의 달러 빚 상환 부담을 늘릴 것이며 중국으로부터 자금이탈을 가속화시킬 것이란 점에서 양날의 검과 같다. 경기둔화에 따른 추세적 통화 하락과 강달러, 위안화 국제화 등 여러 변수를 놓고 중국 정부의 머리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
IMF 이코노미스트를 지난 영국 SLJ매크로 파트너스의 스티븐 젠 공동 창업자는 "중국의 환율제도는 일관되지도 않고 지속가능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중국은 현재 '삼위일체 불가능(impossible trinity)'이라고 부르는 문제에 빠져있다"라면서 "중국 정부는 결국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위일체 불가능론은 한 국가가 독립적인 통화정책과 안정적인 환율제도, 자유로운 자본이동의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할 수 없는 상황을 일컫는 용어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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