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 1964년 '모자' 국내 첫 공개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K옥션이 오는 15일 겨울경매에서 김환기 작품 '섬 이야기'를 시작가 16억원에 내놓는다. 최근 김환기 작품이 한국 미술품 최고가를 기록하는 등 국내외 미술경매에서 큰 인기를 구가하는 가운데 같은 작가의 그림 여덟 점이 이번 경매에 등장한다.
이날 오후 5시 서울 신사동 K옥션 본사에서 개최하는 겨울경매에는 총 189점, 약 117억어치의 작품이 선보인다. 김환기 작품들을 비롯해 1964년 제작된 후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박수근의 '무제', 백남준의 작품세계에서 중요한 비디오 아트 작품 그리고 천경자, 장욱진, 유영국, 도상봉, 이우환 등 한국 근현대 주요 작가들의 작품이 두루 출품된다. 또한 겸재 정선과 오원 장승업의 작품, 백자 달항아리 등 고미술품도 경매에 오른다.
이 중 특히 우리나라 추상회화의 거장 김환기의 작품들이 주목 받고 있다. 그의 초기작부터 뉴욕시대 작품을 망라한 작품이 새 주인을 찾는다. 초기작 '섬 이야기'는 1940년대 작품이다. 도쿄 유학시절에 해당하는 ‘도쿄 시대(1933~1945)’ 작품인 '섬 이야기'는 그의 고향인 기좌도를 소재로 항아리 형태의 반복, 파문처럼 확산돼 가는 원형의 곡선이 운율감을 자아낸다. 보름달과 하늘을 나는 새, 백자 달 항아리를 머리에 이고 있는 인물들은 해방 이후 김환기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작가가 오래 전부터 한국적이고 향토적인 것에 매력을 느꼈음을 알수 있다. 이 작품은 2013년 9월 뉴욕의 크리스티 경매에 출품됐던 작품이다. 특히 도쿄시대 작품이 희귀해 가치가 높다. 경매 시작가는 16억원으로 이번 경매에서 최고가로 꼽힌다.
김환기의 1930년대 후반 작품 '꽃'도 나온다. 기하학적 조각들이 퍼즐같이 조합돼 있다. 1930년대 초반 김환기는 동경의 전위적 미술 분위기에 힘입어 추상회화를 시도했고, 1937년 귀국 후에도 비대상회화를 대담하게 이어 나갔다. 이외에도 그의 파리시대(1956~1959년) 작품인 '산'은 화면 전체가 푸른색으로 채워져 있으며 산봉우리와 숲이 절제된 형태로 표현돼 있다. 뉴욕 시대(1964~1974년)에는 일차적 색면에 의한 화면구도와 두터운 마티에르가 배제된 담백한 색조의 모노크롬이 평면적으로 보여지는 특징을 가지는데 1968년에 제작된 작품 'SKY Ⅰ(25-Ⅲ-68 #5)'도 만나볼 수 있다. 추정가는 2억5000만에서 4억원.
이번 경매에 출품된 박수근의 '모자'는 1964년에 제작된 것으로 매트 유탈 부부의 컬렉션에 소장되었다가 이번 경매를 통해 국내에 처음 공개된다. 매트 유탈은 세계적으로 이름난 레스브라운밴드(Les Brown & His Band of Renown)의 멤버이자 대표 호른 연주자로 1964년 희극배우 밥 호프(Bob Hope)와 함께 아시아투어 중 한국을 방문했다가 본 작품을 구입, 소장해왔다. 독창적이고 고유한 박수근 예술의 일관성과 완성도를 온전히 보여주는 수작이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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