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대한민국의 첫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로 카카오컨소시엄(한국카카오은행)과 KT컨소시엄(K뱅크)이 선정됐다. 지난 2개월간 이들과 함께 피말리는 경쟁을 펼쳤던 인터파크컨소시엄(I뱅크)은 최종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해 예비인가 사업자로 선정되지 못했다. 은행법 개정 후 진행될 2단계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에서는 3~5곳의 사업자를 추가하겠다는 게 금융당국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외부평가위원회의 사업계획 혁신성 등에 대한 평가의견 등을 감안해 카카오은행과 K뱅크 등 2곳에 예비인가를 내줬다고 29일 밝혔다. 금융위가 은행 예비 설립인가를 내준 것은 1992년 평화은행 이후 23년만이다.
◆비밀에 진행된 예비인가 심사= 금융위는 지난 10월 1일 예비인가 신청을 접수한 이후 지난 9일 금융ㆍ법률ㆍ소비자ㆍ핀테크ㆍ회계ㆍIT보안ㆍ리스크관리 전문가 7명으로 외부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사업계획 타당성 등을 검토했다. 이 후 외부평가위원회는 지난 27~28일 서울 근교의 한 은행 연수원에서 사흘간 합숙하며 서류 집중 심사와 신청자별 최종 프리젠테이션(PT), 질의응답 등을 진행해 두 곳을 결정했다. 평가위원회가 최종 PT를 이날로 정한 것은 정보유출에 대한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금융당국은 심사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평가위원장은 물론 위원들 모두를 외부 전문가로 선정했다.
평가위원단은 사업계획의 혁신성과 함께 주주구성과 사업모델의 안정성, 금융소비자 편익 증대, 국내 금융산업 발전ㆍ경쟁력 강화에 대한 기여도, 해외진출 가능성 등 5대 항목을 중점 평가했다.
외부평가위원회가 각 컨소시엄을 평가한 내용을 보면, 안정적인 사업 운영의 가능성과 혁신적인 서비스라는 기준이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외부평가위원회가 각 컨소시엄을 평가한 내용을 보면 안정적인 사업 운영의 가능성과 혁신적인 서비스라는 기준이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은행은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사업계획이 혁신적인 것으로 평가받았고 K뱅크는 참여주주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다수의 고객접점 채널을 마련하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 편의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란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I뱅크는 자영업자에 집중된 대출방식의 영업위험이 높고 안정적인 사업운영 측면에서 다소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 예비인가를 권고받지 못했다.
도규상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 "외부평가위원회가 사업계획의 타당성과 실현가능성에 대한 평가 결과, 금융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2곳이 적합하다는 평가의견을 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예비인가를 받은 카카오뱅크와 K뱅크는 인적·물적 요건 등을 갖춰 개별적으로 본인가를 신청하게 된다. 금융위는 관련 법령에 따른 검토와 금융감독원 확인 과정을 거쳐 본인가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영업개신 시기는 예비인가자의 경영전략과 사업계획 등에 따라 결정된다. 원칙적으로는 금융위원회에서 본인가를 받은 지 6개월 내에 영업을 시작해야 한다.
◆승부처 '중금리대출', 활성화되나= 인터넷전문은행의 첫 격전지로는 '중금리대출 시장'이 손꼽힌다.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인가 심사에 뛰어든 컨소시엄들이 지난 28일 한결같이 중금리 신용 대출시장의 활성화에 초점 맞춘 PT 발표를 한 것도 그 때문이다.
중금리 대출은 은행대출과 제2금융권ㆍ카드대출 금리의 중간지대인 10% 안팎의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당국은 올들어 시중은행에 신용등급 5~7등급 고객을 대상으로 한 중금리 대출상품을 확대해줄 것을 독려하고 있지만 실적은 기대에 못 미친다. 부실 리스크로 시중은행들이 사업 확대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05년 7월 한국SC은행은 5~7등급 신용자에게 연 10~14% 금리로 중금리 대출 셀렉트론을 판매했지만 연체율 급등으로 3년 만에 판매를 중단했다.
그렇다고 중금리대출 시장의 사업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5~6등급 중신용계층은 1216만명에 이른다. 부실 우려화만 낮춘다면 충분히 공략 가능한 틈새 시장인 것이다. 사업 초기 무엇보다도 고객 확보에 사력을 다해야 할 인터넷전문은행이 중금리대출 시장을 주목하는 것도 그래서다.
이에 따라 카카오뱅크는 기존 금융권에서 소외된 고객을 지원하며 모바일·온라인 호라동 빅데이터를 활용한 차별화된 신용평가시스템인 '카카오스코어'를 만들어 중금리 중금리대출 시장의 혁신을 이끌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K뱅크 역시 주주들의 빅데이터에 기반해 새로운 신용정보를 만들어 서민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합리적인 중금리 대출 상품을 만들 계획이다.
◆3호 인터넷은행 출현 시기는= 2단계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는 은행법 개정 후 진행된다. 2단계에선 3~5곳의 사업자를 추가하겠다는 게 금융당국 방침이다.
앞날은 밝지 않다. 현행 4%인 비금융주력자 지분한도를 인터넷은행에 한해 50%로 높여 은산분리 규제를 '부분 완화'하겠다는 취지의 은행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중이지만 야당의 반대에 거세 국회 문턱을 넘을지는 미지수다.
이날 금융위원회가 한 곳이 아닌 두 곳에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내준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는 만큼 인터넷은행의 경쟁 구도 형성을 위해 한 곳이 아니라 두 곳에 사업권을 내줬다는 것이다.
도 국장은 "2단계 사업자는 은행법 개정 후 진행할 계획"이라며 "지금으로서는 은행법 개정에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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