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한국은 차종 당, 미국은 차량 대수 당 부과"
美 리콜 규모 4배인데 벌금은 韓 과징금의 1500배
이석현 새정치연합 의원, '과징금 상한 10억원→100억원 상향' 법 개정안 발의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환경부는 배기가스 불법조작이 확인된 폭스바겐 구형 엔진 차량에 대해 판매정지 및 결함시정(리콜) 명령을 내리고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26일 밝혔다. 미판매 차량에는 판매정지 명령을, 이미 판매된 12만5522대엔 리콜 명령을 내렸다. 과징금은 15개 차종에 총 141억원을 부과했다.
과징금 산정 기준과 관련, 홍동근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관련법 상 1개 차종 당 과징금 상한액은 10억원"이라며 "문제의 엔진을 탑재한 15개 차종에 이를 적용하니 총 141억원이 산출됐다"고 설명했다.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법규 위반으로 부과 가능한 최대 과징금은 차종 당 10억원을 넘지 못한다. 해당 차종 매출액의 1.5%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데, 그 1.5%가 10억원을 넘어도 초과 액수에 대해서는 추징이 불가능하다.
홍 과장은 "여기서 차종은 티구안, 제타, 골프 등으로 나누는 게 아니라 인증을 받을 때 묶어서 받으면 한 차종으로 인식한다"며 "만약 이듬해에 일부 부품이 바뀌어서 새로 인증을 받으면 동일 차량이라도 차종을 다르게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5개 차종에 부과된 과징금 141억원은 환경부 역사상 최고 액수지만, 미국 정부가 폭스바겐그룹에 부과할 것으로 관측되는 21조원가량의 벌금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는 지적이 많다. 자연스레 솜방망이 처벌 논란도 따라온다.
미국은 차종이 아닌 대당으로 벌금을 매긴다. 차량 한 대당 부과할 수 있는 최대 벌금은 3만7500달러(한화로 약 4311만원)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폭스바겐그룹이 리콜 대상인 48만대 차량에 대한 벌금 최대 180억달러(약 20조6910억원)를 물어야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리콜 규모가 한국(12만5522대)에 비해 4배 정도일 뿐인데 폭스바겐그룹에 주는 금전적 부담은 한국보다 1500배 가까이나 되는 셈이다.
전문가와 소비자단체들은 한국 법이 자동차 산업 육성 관점에 너무 치중해 있는 점이 문제라며 이제 제조업자보다 소비자 편익을 증진시키는 쪽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여론에 힘입어 정치권에서는 과징금 액수를 늘리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석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달 자동차 제조사가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등 정부의 인증과 다른 규격으로 생산·판매한 경우 과징금을 최대 100억원까지 부과하도록 하는 내용의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정부도 환영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홍동근 과장은 "이석현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지난 23일 국회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서 통과됐다"며 "향후 본회의에서도 통과되면 제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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