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영결식 진행…"쌀쌀한 날씨, 생전 김영삼 전 대통령 성격과 닮아"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홍유라 기자] 한국 민주화의 '거산(巨山)'과 영원히 작별했다.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엄수됐다. 첫 국가장으로 열린 김 전 대통령의 영결식은 경건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거행됐다.
이날 오후 2시 국회 앞마당에서 열린 영결식에는 유족과 장례위원, 각계 주요 인사 등 70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을 애도했다. 눈발이 날리고 칼바람이 부는 추운 날씨에도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영결식이 마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한 참석자는 "한 시대의 거물이 갔다"며 "쌀쌀한 날씨가 생전 김 전 대통령의 성격과 꼭 닮았다"고 회고했다.
고인의 운구 행렬은 이날 오후 1시25분께 서울대병원 빈소에서 출발해 마포대교를 지나 오후 1시50분께 국회에 도착했다. 운구 입장과 함께 시작된 영결식은 애국가 연주와 고인에 대한 묵념 순으로 진행됐다.
장례집행위원장인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의 약력 보고 후 황교안 국무총리 겸 장례위원장은 조사를 통해 "김영삼 전 대통령님은 평생동안 우리나라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다"며 "대도무문의 정치철학과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민주화의 길을 걸었다"고 전했다.
황 총리는 "더 자랑스럽고 부강한 대한민국 만들어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온 국민의 힘과 지혜를 모아가겠다"며 "우리 국민이 사랑한 김영삼 전 대통령님, 이제 생전에 무거운 짐을 모두 내려놓으시고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길 빈다"라고 고인의 넋을 기렸다.
전(前) 국회의장인 김수한 사단법인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은 추도사를 전하던 중 흐느껴 울며 침통함을 드러냈다.
김 전 의장은 "사랑하는 대통령님. 지난 닷새간의 장례기간 동안 빈소를 지키면서도 금방이라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조문객 사이에 앉아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는 대통령님의 모습을 부질없이 상상하기도 했다"며 "전화벨이 울리면 나 '김영삼이요' 하는 대통령님의 음성이 바로 들리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고 돌이켰다.
그는 "머지않아 저희 모두 대통령님의 부재를 실감하게 될 것"이라며 "사람을 중히 여겼던 대통령님을 모시고 정치역정을 함께 해온 많은 동지들이 자신들의 자리에서 이 나라의 정치를 바로 세우고 염원하시던 상생과 통합, 화해와 통일의 그날을 반드시 실현할 것이라 저는 확신한다"며 애도했다.
뒤따른 종교의식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고인의 뜻에 따라 기독교 의식이 먼저 진행됐고, 불교·천주교·원불교 순으로 치러졌다. 또 고인의 생전 모습을 담은 영상이 상영된 후 헌화·분향 순서가 진행됐다. 헌화 분향은 관례적으로 상주와 직계 유족이 먼저 한 후 이명박 전 대통령 내외, 장례위원장, 3부 요인과 정당 대표 순으로 이뤄졌다.
영결식을 마친 후 운구 행렬은 동작구 상도동 사저, 기념도서관을 거쳐 장지인 국립서울현충원에 도착한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홍유라 기자 vand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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