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가 카스텐 홀러, 국내 첫 개인전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버섯, 순록, 침팬지, 문어…. 작품에서 읽히는 소재들이 흥미롭다. 갤러리는 언뜻 실험실과 같다. 곤충학자였던 작가 카스텐 홀러(54)의 작품들은 원초적인 감각을 자극한다.
그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전시장 안팎에 '미끄럼틀'을 설치한 작품으로 유럽과 미국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공간 이동에 관한 오감의 변화를 유도해 새로운 반향을 일으킨 이 설치 시리즈 역시 '실험하는 작업'을 고수해온 덕분에 나올 수 있었다.
홀러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인전을 열었다. 최근작 사진과 설치물 2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 타이틀은 '50%'. 24일 서울 삼청동 갤러리 PKM에서 만난 그는 "세포분열이 그렇듯 반반씩 아무리 여러 번 쪼개지더라도 결코 0이 되지 않는 데 착안했다"고 전시 주제를 설명했다. 전시장 벽면은 군데군데 반으로 잘린 직사각형이 계속해서 반으로 나뉘는 패턴으로 채웠다.
전시장 중앙에 설치한 '광대버섯' 조형물이 눈을 사로잡는다. 붉은 색 바탕에 흰 색 점무늬를 입혔다. 벽에는 영지버섯과 광대버섯을 절반씩 붙여 만든 액자도 걸렸다. 버섯은 순록과 나체의 여인, 현란한 색상을 곁들인 이미지 작품과도 연결된다.
작가는 "고대인도 문명 무당들은 귀신과 통하고 영검을 얻기 위해 독버섯인 '광대버섯'을 썼다. 환각 성분이 들어 있는 이 버섯을 사슴과 같은 동물에게 먹인 후 소변을 보게 하고, 그것을 또 사람이 마시면 부작용 없이 환각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이를 신의 음료라는 뜻으로 '소마'(Soma)라 불렀다"라며 "이 같은 내용과 관련된 책을 읽고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순록에게 버섯을 먹이고 소변을 보게 해 사람들과 함께 마셔보기도 하면서 실험을 했다"고 했다.
카스텐 홀러가 광대버섯에 관심을 가진 지 이십 년이 넘는다. 그는 대학에서 농학을 전공하고 곤충의 후각을 연구한 학자다. 학자의 길을 포기했지만, 자연과 세상의 신비로움은 끊임없이 예술가적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는 "'소마'를 접하면서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초현실적인 부분에도 흥미가 생겼다. 특히 소마는 동시베리아 문화권이야기인데, 사슴이 끄는 썰매를 타는 서양의 산타크로스 이야기도 광대버섯과 연관돼 있다. 산타크로스의 옷, 사슴이 그렇다. 신화와 이야기가 머무르지 않고 흐름을 짐작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벨기에에서 태어나 현재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작업 중이지만, 아프리카 가나에도 집을 마련해 수시로 들른다. 취미삼아 아프리카 새를 연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는 광대버섯 작품 외에도 '거꾸로 보이는 고글'과 문어, 순록과 같은 동물모형들이 낯선 경험을 제공한다. 작가가 지난해 실험한 '거울 앞에 선 침팬지의 자기 인식'과 관련한 사진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이번에 전시되지는 않았지만 카스텐 홀러의 대표작이 된 미끄럼틀 작업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 물었다.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놀이기구이지만 예술가적 시각으로는 멋있는 조형물이나 건축적 구조물로 보인다. 또한 미끄럼틀이 주는 육체적인 감각들도 매력적인데, 빌딩 안팎에 미끄럼틀을 세워두면 좋을 것 같았다."
올 여름 작가는 런던에서 전시를 열면서 원하는 관람객들에게 갤러리에서 하룻밤을 잘 수 있게 했다. 양치할 때 쓰는 치약으로 네 가지 종류를 비치했는데, 각각 서로 다른 식물추출물이 들어있는 치약들이다. 식물추출물들은 특정한 꿈을 꾸게 하는 효과가 있다. 침대 역시 미세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일어날 때는 전혀 다른 위치에서 깨어나는 경험을 갖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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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예술가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인생의 실험을 제시하는 사람 같다. 경험하지 못한 것 느껴보지 못한 것들을 (해보도록) 유도하는 사람. 화가가 물감을 섞어 그림을 그리듯, 나는 치약튜브 네 개를 주고 잠들 때 꿈을 유도하는 작업을 했다. 머릿속에 새로운 그림이 그려지는 것이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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