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조목인 기자]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연합군이 시리아 내 이슬람 국가(IS) 근거지 공습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석유 수송로 차단이다.
16일(현지시간) 스티브 워런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날 시리아 동부 다이르 앗 자우르 지역의 IS 기지를 공습해 연료 수송트럭 115대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탱크 킬러'로 불리는 A-10 선더볼트 전투기 4대와 AC-130 무장헬리콥터 2대가 동원됐다. 워런 대변인은 "IS가 보유한 300대의 연료 수송트럭 가운데 3분의 1을 파괴했다"면서 "이번 공습의 주요 목적은 IS의 석유 수송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국방부가 지난 13일 IS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해 IS 점령 석유시설 파괴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석유 수송 차량을 공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제 연합군은 석유 밀매가 IS의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지만 수송 차량 운전자들이 대부분 IS 대원이 아닌 민간인이어서 공격을 꺼렸다. 연합군은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 이번 공습을 시작하기 직전 공습을 알리는 낙하물을 먼저 떨어뜨려 민간인에게 대피할 시간을 줬다.
시리아 유전 지역에서 이뤄지는 석유 밀매는 IS의 주요 자금줄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IS가 점령한 시리아와 이라크 유전에서 하루 평균 3만4000~4만배럴의 석유가 생산되고 있으며 평균 배럴당 20~45달러선에서 밀매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밀매로 벌어들인 돈은 하루 평균 150만달러(약 17억원) 가량 되며 이 돈은 IS가 세력을 확장하는 주요 자금줄 역할을 한다.
IS 점령 최대 유전 알-오마르의 경우 인근 도로는 언제나 석유를 실어 나르려는 트럭들의 대기줄로 혼잡하다. 6km 가량 이어진 긴 줄 때문에 트럭에 석유를 가득 실으려면 한 달 가량 도로에서 대기해야 할 정도다. IS에 돈을 주고 석유를 사가는 사람 중에는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 시리아 온건 반군쪽 사람들도 상당하다.
국제연합군이 IS 석유시설 파괴를 본격화할 것이란 신호가 나오면서 국제유가는 상승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2.5% 오른 41.74달러에 마감했고 ICE유럽선물시장에서 브렌트유 가격은 0.97% 상승한 44.90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원유 전문가들은 국제 원유 시장에서 'IS 변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데다 수급불균형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어 이 같은 가격 상승세가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투자은행 스티펠니콜라우스의 마이클 샬라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파리 테러와 이에 따른 국제사회의 IS 공습 등이 세계 원유 공급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국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공급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며 오히려 항공ㆍ여행 산업 위축을 초래해 유럽의 원유 수요를 줄이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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